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미국인의 상당수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일상 행동의 실제 효과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뉴욕대 연구진은 약 4천 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람들이 탄소 감축 효과가 적은 행동을 과대평가하고, 실제 효과가 큰 행동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NAS)이 발행하는 학술지 'PNAS Nexus'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LED 전구로 교체하기’나 ‘재활용 실천’ 같은 행동을 우선순위로 꼽는 반면, 항공기 이용을 줄이거나 소고기 소비를 줄이는 행동의 탄소 감축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눈 뒤, 자전거 출퇴근이나 고효율 가전제품 사용 등 21가지 행동의 탄소 감축 효과를 평가하도록 했다. 한 그룹은 행동별 실제 효과와 비교한 피드백을 받은 반면, 나머지 그룹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받거나 아무런 정보도 받지 않았다.
그 결과, 피드백을 받은 그룹은 인식의 변화가 뚜렷했다. 예를 들어, 닭고기처럼 비교적 탄소 배출이 적은 식품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늘었으며, 고효과 행동에 대한 실천 의향도 높아졌다.
연구 책임자인 마달리나 블라스체아누 뉴욕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눈에 잘 띄는 작은 행동의 효과를 과장하고, 실제로는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방식 변화는 간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컨대 재활용은 좋은 일이지만, 장거리 비행을 피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진은 개인 행동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오히려 집단적 정치 행동 참여 의향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후 친화적 정치인에게 투표하거나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은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블라스체아누 교수는 “정책을 움직이는 집단 행동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킨다면, 이는 분명한 문제”라며 “앞으로는 이러한 부정적 파급효과 없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한 분석에서는, 캐나다 총선에서 기후 정책을 지지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장거리 비행 한 번을 피하는 것보다 20배 이상의 탄소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연구진은 이러한 정치 참여가 직관적으로 이해되기 어렵지만, 실제로는 매우 강력한 기후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라스체아누 교수는 “탄소 리터러시, 즉 행동의 탄소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은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이라며 “정확한 인식은 개인 행동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옹호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행동 변화에 영향을 주는 심리적 요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일상 습관의 변화와 제도적 행동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균형 잡힌 접근이 넷제로(Net Zero)를 향한 여정에서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