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컵의 채소, 수면 질 높인다"…美 연구팀, 식단 변화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 발표

  • 등록 2025.06.26 11: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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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채소·복합탄수화물 늘린 참가자, 수면 분절 현상 16% 감소
가공육 섭취자는 수면 질 저하…식단이 수면에 미치는 즉각적 영향 조명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은 어둡고 조용한 환경 조성이나 전자기기 사용 제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시카고대학교와 컬럼비아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식단이 수면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을 규명한 최신 연구 결과를 통해, 식물성 식품 섭취가 하루 밤 사이 수면 패턴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21세에서 35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 3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소규모 연구는, 참가자들이 하루 동안 섭취한 음식과 같은 날 밤의 수면 상태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평균 7~9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일반 성인으로, 손목에 착용한 수면 추적 장치를 통해 수면 데이터를 기록하고, 자신이 섭취한 식단을 일지로 작성했다.

 

연구의 핵심 지표는 ‘수면 분절’이었다. 이는 잠자는 도중 몇 차례 깨어나는지, 혹은 깊은 수면과 얕은 수면 사이를 얼마나 자주 오가는지를 나타낸다. 분석 결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장하는 하루 5컵 분량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한 참가자들은 수면 분절이 평균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곡물 등 복합 탄수화물 섭취도 유사한 효과를 보였으며, 수면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붉은 고기나 가공육의 섭취량이 많은 참가자들은 수면 질이 저하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해당 식품이 수면을 방해하는 염증 반응이나 혈당 변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뒤따른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관찰 기반의 소규모 연구이기 때문에 식단과 수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향후 더 넓은 연령층과 수면장애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기존의 관점을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반적으로 수면 부족은 다음 날 고지방, 고당류 음식에 대한 섭취 욕구를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건강한 식습관이 같은 날 밤의 수면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사회적 파급력이 크다.

 

연구 공동책임자인 컬럼비아대학교 수면·생체리듬 연구센터장 마리-피에르 생옹지 박사는 “사람들이 수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자주 묻는다”며 “이번 연구는 작은 식습관 변화가 수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개인의 수면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시카고대학교 수면센터 소장 에스라 타살리 박사 역시 “식단 변화는 자연적이고 비용 부담이 적은 수면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식이요법이 약물 치료나 수면 보조제보다 우선 적용될 수 있는 실용적 대안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10~12%만이 하루 권장량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고 있으며, 수면장애를 겪는 이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식단 개선은 건강보험이나 의료 접근성에 관계없이 누구나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 차원의 실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하루 5컵의 채소 섭취는 그리 어려운 목표가 아니다. 미국 농무부는 1컵 분량의 채소로 바나나 한 개, 생 시금치 2컵, 삶은 콩 1컵, 미니 당근 12개 등을 예시로 제시한다. 연구팀은 실생활 적용을 위한 실천 전략도 함께 제안했다. 예를 들어, 고기 대신 렌틸콩이나 병아리콩을 활용한 식사 구성, 아침 식사에 시금치나 케일을 더하는 습관, 점심·저녁 접시의 절반을 채소로 채우는 방식, 흰쌀 대신 현미나 보리 같은 통곡물을 선택하는 등의 방법이 대표적이다.

 

이번 연구가 수면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로 ‘식단’을 강조했다는 점은 향후 수면의학과 영양학의 교차 지점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식이요법만으로 모든 수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 만큼, 불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 등의 임상적 상태에서는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동시에 건강한 식단 실천이 장기적인 수면 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과 사회 모두가 실천 가능한 정책과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영 기자 min@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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