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야간 기온이 오를수록 수면무호흡증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bstructive Sleep Apnea, 이하 OSA)은 세계적으로 10억 명 이상이 겪고 있는 흔한 수면장애이지만,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은 그간 제대로 밝혀진 바 없었다. 이번 연구는 고온이 수면 중 호흡 장애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호주 플린더스대학교 연구진은 전 세계 29개국 11만6천 명의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 기온과 수면무호흡증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참가자 1인당 평균 500일 분량의 연속 수면 기록을 확보한 뒤, 고해상도 기후모델에서 추출한 시간대별 지표기온과 교차 분석한 결과, 야간 기온이 상승할수록 수면무호흡증이 심화된다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밤 기온이 높을수록 해당 밤에 OSA 증상을 경험할 확률이 45%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OSA는 수면 중 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히며 호흡이 멈추는 질환으로, 심한 코골이와 잦은 각성, 혈중 산소 농도 저하를 동반한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고혈압, 심혈관 질환, 인지 장애, 우울증, 교통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크다. 연구진은 OSA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손실이 2023년 기준 980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680억 달러는 건강 손실, 300억 달러는 생산성 저하로 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분석은 또 지역과 소득 수준에 따른 피해 격차도 드러냈다. 유럽에서는 미국이나 호주보다 기온 상승에 따른 수면무호흡증 증가폭이 더 컸는데, 이는 냉방기기 보급률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에어컨과 같은 냉방 기술은 기온 상승에 따른 수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저소득층이나 냉방 설비가 부족한 지역의 거주자는 여전히 무방비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고소득국 중심의 수면 모니터링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실제 피해 규모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냉방 인프라가 부족하고 기온 상승에 더욱 취약한 지역은 이번 연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이들 지역이 겪을 피해는 앞으로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수면의 질 저하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삶의 질과 건강 수명을 위협하고 있다. 연구진은 기후정책이 지연되면 2100년까지 OSA 질환 부담이 지금의 두 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건강과 직결된 문제임을 시사한다.
합리적인 대응 방안으로는 정책 차원의 기후 완화 외에도 개별 수준의 수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에어컨 등 냉방 장비 보급 확대, 건축물의 단열 성능 개선, 수면 중 체온 조절을 돕는 기술 개발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의료 분야에서도 조기 진단 및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CPAP(지속적 기도양압기) 외에 구강 장치, 체중 관리, 자세 교정 등 대체 요법을 다양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수면은 단지 하루의 피로를 푸는 시간이 아니라 신체 회복과 정신 건강의 핵심이다. 고온 속에서도 회복 수면을 지킬 수 있도록 기후 대응과 수면건강 대책이 함께 논의돼야 할 시점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