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지속가능한 패션의 선두주자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가 혁신적 소재 과학 기업 발레나(Balena)와 협업해 퇴비화 가능한 식물성 운동화 ‘S-Wave’를 선보였다. 운동화를 손에 들면 은은한 계피 향이 감도는 이 제품은 순환형 디자인 철학과 바이오 기술이 결합된 지속가능 패션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밑창까지도 친환경을 실현하기 위해 식물성 소재를 전면 도입했다. 특히 밑창에는 바이오 기반의 생분해성 소재인 BioCir® Flex가 적용됐다. 이 소재는 피마자콩, 식물성 오일, 다당류 등 재생 가능한 원료에서 추출되며, 산업용 퇴비화 시설에서 분해되거나 반복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TPU(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수준의 내구성과 고무 같은 유연성을 지녀 고성능 운동화 밑창으로 적합하다.
이번 협업은 2년에 걸친 실험과 테스트를 거쳐 성사됐으며, 새롭게 출시된 **S-Wave 화이트 모델(가격: 550달러)**에는 갑피에 대마섬유와 파인애플 농업 폐기물이 혼합된 소재가 사용됐다. 사용 후 소비자는 신발을 브랜드 측에 반납할 수 있으며, 스텔라 맥카트니는 각 부위를 분리해 밑창은 퇴비화하거나 재활용한다. 특히 밑창 소재를 새로 만들지 않고 재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합성 플라스틱(TPU, EVA 등)은 생산 시 높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분해에 수백 년이 걸릴 뿐 아니라, 사용 중에도 미세플라스틱을 유발할 수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발레나의 제품 책임자 야엘 반투(Yael Vantu)는 이에 대해 “기존 생분해성 소재는 밑창이 감당해야 할 마찰과 수명을 견디기 어려웠다”며 “BioCir® Flex는 필요할 땐 플라스틱처럼 작동하고, 다 쓰고 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소재”라고 강조했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슈즈 디자이너가 ‘이 밑창 냄새 맡아보세요’라고 말했을 때 계피 향이 나서 놀랐다”며 “이건 100% 식물 기반의 재활용 가능하고 생분해되는 텍스타일로, 폐기물이 없는 ‘클로즈드 루프 생산’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발레나 창립자이자 CEO인 데이비드 루박(David Roubach)은 “이번 협업은 단순한 브랜드 간 파트너십을 넘어, 순환성·지속가능성·고성능을 동시에 구현한 상징적 사례”라며 “BioCir® Flex가 스텔라 맥카트니의 디자인을 통해 현실화된 것은 꿈이 실현된 순간”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이 소재는 기존 소재보다 제조 단가가 높다. 하지만 스텔라 맥카트니처럼 브랜드 철학을 중시하는 기업들은 환경 리스크를 줄이고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한 투자로 이를 감수하고 있다. 반투는 “앞으로는 메인 제품군에서도 순환성을 최우선에 둘 수 있는 공급망과 회수 시스템이 과제가 될 것”이라며, “규제 강화와 소비자 기대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업은 지속가능성과 디자인, 기술의 융합이 패션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재정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업계 전반의 순환경제 전환을 앞당길 가능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