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피로(fatigue)’는 특별한 정신장애나 운동장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만큼 기운이 없고 일상생활에 곤란을 겪는 증상이다. 하지만 피로 반응은 통증이나 발열과 함께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사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즉 피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정신적 신체적 활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해주면서, 에너지를 보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피로를 느끼면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면 얼마든지 금방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만성피로 증후군(CFS, chronic fatigue syndrome)’이라고 해 병적인 피로는 다른 얘기가 된다. 환자의 일상을 현저하게 방해하는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반복되는데, 구체적인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만성피로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그 피로가 현재의 힘든 일 때문에 생긴 피로가 아니어야 하고, 단순한 휴식으로는 나아지질 않는다.
만성피로 증후군의 유병률은 불분명하다. 하지만 만성피로 증후군의 일부 증상은 전체 인구 25%에서 경험된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20~40세 가량의 젊은 성인에서 주로 관찰되며,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흔한 편이다. 대부분 서서히 발병하는 양상을 보이나, 가끔 감기 증상과 유사하게 급성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질병 특유의 증상이 따로 없기에 진단이 쉽지 않다. 하지만 만성피로 증후군이 맞다면, 피로감 외에 다음과 같은 증상들을 동반하게 된다. 기억력이나 집중력의 장애, 경부 또는 액와부 임파선 압통, 근육통, 다발성 관절통, 새로운 두통 등이 있다. 특히 원래 잘해오던 일이 버거워지거나 조금만 뭘 해도 심한 권태감이 몰려온다거나 잠을 많이 자도 개운치 않고 풀리는 느낌이 없다면 만성피로 증후군일 가능성을 높게 봐도 된다.
다만 만성피로 증후군은 갑상선기능저하증 같은 내분비계 질환, 다발성 경화증 같은 신경계 질환, AIDS나 전염성 단핵구증 같은 감염성 질환,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 등과 감별돼야 한다. 실제 임상에서 만약 4주 이상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빈혈, 위장질환, 갑상선질환, 간염과 같은 신체질환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 등 드러나지 않은 다른 문제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
임상적으로는 특히 우울증과 감별해야 할 경우가 많다. 실제 만성피로 증후군 환자의 약 80%는 주요우울증의 진단기준에 부합하기에 우울증으로 오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울증과 달리 만성피로 증후군 환자는 죄책감이나 자살사고, 무감동증, 체중감소 등을 거의 호소하지 않는다. 또한 정신과적 가족력도 없고 특별한 스트레스성 사건사고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구분해볼 수 있다. (휴한의원 노원점 김헌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