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치매 발병 위험 높인다”…전 세계 3천만 명 데이터 분석

  • 등록 2025.08.05 11: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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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대기오염이 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매 위험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차량 배기가스 등에서 비롯되는 초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이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의학연구위원회(MRC) 산하 역학연구소 연구진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진행된 51건의 관찰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 중 34건은 메타분석 기준을 충족해 통계적 신뢰도를 높였다. 분석 대상 인원은 약 2,900만 명에 달했다.

 

연구진은 세 가지 주요 대기오염 물질인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질소(NO₂), 그리고 그을음(Soot)에 주목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극소 입자로, 차량 배출가스, 산업공정,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해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이산화질소는 주로 디젤 차량 등 화석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가스로, 천식을 유발하거나 폐 기능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을음 역시 디젤 차량 배출가스나 장작 연소 등에서 발생하며, 호흡기·심혈관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치매 발병 위험은 17% 높아졌다. 같은 양의 NO₂ 증가 시 위험은 3%, 그을음 농도가 1㎍/㎥ 증가할 경우에는 위험이 13% 높아졌다. 예컨대 2023년 런던 시내 도로변의 PM2.5 평균 농도는 10㎍/㎥로, 이는 이미 치매 위험이 17% 증가하는 수준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특히 알츠하이머병뿐 아니라 뇌혈류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와의 연관성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영국 내에서만 혈관성 치매를 앓고 있는 인구는 약 18만 명에 이른다.

 

대기오염이 어떻게 치매를 유발하는지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가 핵심적인 기전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러한 생리적 반응은 세포와 단백질, DNA를 손상시키고, 이미 다양한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 등은 폐나 심장을 거쳐 혈류를 통해 뇌에 도달하거나, 후각신경을 통해 직접 침투함으로써 뇌세포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고소득 국가와 백인 중심의 데이터에 치우쳐 있다는 한계도 지적됐다. 상대적으로 대기오염에 더 취약한 환경에 놓인 소외계층이나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형평성 격차 해소를 위해, 향후 다양한 인구집단을 포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 제1저자인 클레어 로고스키 박사는 “주요 오염물질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사회 전반의 치매 부담을 줄이는 핵심 전략”이라며 “교통과 산업 부문에 대한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오염은 국가나 지역의 경계를 넘는 문제인 만큼, 국제적 협력과 정책 개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치매 예방에 있어 의학계뿐만 아니라 도시계획, 교통정책, 환경규제 등 사회 전반의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크리스티안 브레델 박사는 “치매 예방은 더 이상 의료계의 책임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며 “도시설계와 환경정책이야말로 건강한 뇌를 위한 1차 방어선”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란셋 플래니터리 헬스(The Lancet Planetary Health)’ 최신호에 게재됐다.

최유리 기자 yuri@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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