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식품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보고서가 제안하는 대안이 현실성과 효과 면에서 다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국제식량정책전문가패널(IPES-Food)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Fuel to Fork(연료에서 식탁까지)’에서 “화석연료 없는 식품 시스템 없이는 기후위기 해결도 없다”며 식량 생산과 가공, 유통 전반에서 석유·가스 기반 자원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IPES-Food는 전·현직 유엔 특별보고관과 식량·농업·환경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독립 자문기구로, 유럽연합(EU)과 UN 산하기구 등에 지속가능한 식품정책을 제안해 온 조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화학제품의 약 40%가 식품 산업에 사용되며, 그 중 상당 비중은 합성비료, 농업용 플라스틱, 식품 포장재 등으로 흘러들어간다. 식품 시스템 전체적으로는 세계 화석연료 공급량의 약 15%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초가공식품(UPFs)을 “화석연료 중심 식품 시스템의 상징적 결과물”로 지목하며, 이들의 생산과정이 에너지 집약적이고 탄소 배출량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규모 단일작물 재배, 장거리 운송, 플라스틱 포장을 통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IPES는 초가공식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학교 급식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동시에 합성비료와 농약의 사용을 줄이고, 농생태학·재생농업 등 지역 중심 농업방식의 전환을 통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고서는 블루 암모니아 기반 비료, 디지털 농업 기술 등 기업 주도형 기술 솔루션에 대해서는 비용 부담과 에너지 소비, 생태계 교란 가능성을 우려하며 “소수 대기업이 지배하는 기술 의존형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농민을 옥죄고 구조적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고서에 대해 일부에서는 초가공식품에 대한 일괄적 규제와 기술 해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초가공식품은 탄산음료, 스낵류뿐만 아니라 두부, 대체육, 즉석식품 등도 포함하고 있어, 범주화만으로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육류 소비 감축과 식량 폐기물 감소, 전기 조리기기 보급 확대, 건강한 식단 확대 등을 통해 식품 시스템을 보다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목형 축산이 화석연료 사용은 줄일 수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반드시 낮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IPES-Food는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식단으로의 전환은 식품 시스템 개혁의 핵심 축”이라며, “지역 식량 공급망 재건, 유해 화학물질 감축, 생태적 농업 실천 등 구조적 개편 없이는 기후위기 대응도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전문가들은 식품 시스템의 화석연료 의존 문제를 더 이상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기술적 혁신과 전통 농업 방식 사이의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한 이념적 해법이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동반될 때 지속가능한 전환이 가능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