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지중해식 식단은 심장과 뇌 건강을 지키고 당뇨병과 일부 암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리브 오일, 채소, 과일, 콩류, 생선, 통곡물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이 식단은 장수와 직결되는 생활 습관으로도 평가받는다.
그러나 최근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하는 방식과 성공 요인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크게 달랐다. 이번 연구는 유럽연합이 주도하는 ‘지중해 지역 연구혁신 파트너십’(PRIM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24년 여름, 지중해와 인접한 10개국에서 성인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식습관뿐 아니라 수면, 신체활동, 정신건강, 사회적 교류 등 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조사 결과 여성은 전형적인 지중해식 식단을 더 충실히 따르는 경향을 보였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올리브 오일과 허브를 활용하며, 채소를 풍부하게 먹는 습관이 두드러졌다. 또한 통곡물을 선택하고 음료의 당류를 줄이며 간식을 삼가는 행동이 많았다. 반면 남성은 생선과 해산물, 콩류 섭취를 더 자주 실천했고, 단 음식을 절제하는 경향이 강했다. 수분 섭취와 염분 제한, 문화적으로 자리 잡은 적당한 와인 소비에서도 남성이 앞섰다.
생활습관에서는 남성이 우위를 보였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단체 스포츠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았으며, 친구들과의 교류도 활발했다. 이로 인해 수면 효율이 높고 잠드는 시간이 짧은 편이었다. 반대로 여성은 수면의 질이 낮고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이를 보상하기 위해 수면 시간을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 여성은 불면 증상과 스마트폰 등 기술 의존도가 높았고, 우울·불안·스트레스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남녀의 차이는 단순한 습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신체활동, 사회적 교류, 양질의 수면은 지중해식 식단을 꾸준히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반대로 수면 부족이나 심리적 불안은 식단 유지에 걸림돌이 됐다. 또한 식단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에서도 성별 차이가 뚜렷했다. 여성은 지식 부족, 음식 맛에 대한 기호, 태도 문제 등을 주요한 어려움으로 꼽았고, 남성은 동기 부족이나 건강상의 이유를 더 자주 언급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기대와도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성별에 맞는 맞춤형 건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에게는 영양 교육과 수면 관리, 또래 모임과 같은 심리·사회적 지원이 효과적일 수 있고, 남성에게는 스포츠 활동과 연계된 요리 교육이나 수분 섭취 습관 개선이 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중해식 식단을 확산시키려면 단순한 음식 선택을 넘어 일상 전반의 리듬과 문화적 맥락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성별 맞춤형 전략이 공중보건과 건강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