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대기 불안정성이 점차 심화되고, 이로 인해 여객기 운항 시 예상치 못한 난류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흔히 맑은 하늘에서 발생해 탐지와 예측이 어려운 ‘청천 난류(Clear-Air Turbulence)’는 기상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조종사와 승객 모두에게 큰 위협이 된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탑승객의 안전벨트 착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 레딩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기후 변화로 인한 상층 대기 전단 불안정성의 미래 경향’에 따르면, 대기 온난화가 항공기 순항 고도에서의 바람 전단과 대기 안정성에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연구팀은 최신 기후 모델 26개를 분석해 오는 2100년까지의 변화를 예측했는데, 그 결과 바람 전단은 16~27% 증가하고 대기 안정성은 10~20%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난류 발생 조건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논문을 주도한 조아나 메데이루스 박사과정 연구원은 “바람 전단 증가와 안정성 감소는 청천 난류 발생에 유리한 환경을 동시에 조성한다”며, 이미 과거 40년간 수직 바람 전단이 17% 증가한 사실이 관측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북반구와 남반구 모두 대기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변화 속도는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북반구 중위도에서 수직 바람 전단이 34% 늘어나고, 남반구 중위도는 27%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항공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난류 위험이 커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청천 난류는 눈에 보이는 구름이나 폭풍과 달리 감지 장비로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종사 입장에서는 기체가 흔들리기 전까지 위험을 인식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이나 승무원은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중상을 입을 수 있으며, 실제로 국제 항공편에서 난류로 인한 부상 사고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난류 발생 빈도와 강도의 구체적 변화까지 다루지는 않았지만, 올해 안에 관련 후속 연구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데이루스 연구원은 “현재 청천 난류 예보 정확도는 약 70% 수준이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정확한 예측으로 항공사가 고위험 지역을 사전에 회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안전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단순한 기후 과학적 분석을 넘어 실제 항공 운영에 큰 함의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기후 변화가 장기적으로 항공 운항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만큼, 국제 항공업계는 기상 데이터 분석 강화와 난류 예측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기후 위기가 가져오는 변화는 지상뿐 아니라 하늘에서도 현실화하고 있다. 여객기 운항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청천 난류 문제는 항공산업 전반에 걸쳐 안전 대책 마련을 시급히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