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매일 식탁에서 남은 음식은 하찮은 쓰레기로 취급돼 쉽게 버려진다. 그러나 이 작은 쓰레기들이 모여 지구를 위협하는 강력한 온실가스로 바뀐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음식물 쓰레기가 단순한 생활폐기물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숨은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매립지에 버려진 음식물은 밀폐된 환경에서 썩으며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 강력한 메탄을 배출한다. 20년 기준으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0~85배 더 큰 온실 효과를 내 기후변화의 가속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매립지는 쓰레기를 없애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메탄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반대로 퇴비화는 음식물 쓰레기를 공기와 접촉시켜 산소가 유지되는 가운데 분해를 유도하기 때문에 메탄 발생을 차단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은 농업과 정원에 활용할 수 있는 천연 비료로 전환된다. 최근 미국과 유럽 일부 도시가 퇴비화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이러한 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텍사스주 오스틴의 사례에서는 가구당 주당 약 1kg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는 미국 가구 평균 배출량의 30%에 불과해 참여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율은 퇴비화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샌프란시스코처럼 퇴비화를 의무화한 도시와 달리 많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선택 사항에 불과하다. 코네티컷대 잭슨 소머스 조교수는 “우리는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 개인이 퇴비화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낭비를 피하고 싶어 하지만 일부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경제적 비용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소머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퇴비화 프로그램을 통해 이산화탄소 1톤 배출을 줄이는 데 약 478달러가 소요된다. 반면 각국 정부가 추산하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은 톤당 51달러 수준이다. 즉, 소규모·저참여 퇴비화는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립지 신설 비용이 급격히 오르는 상황에서, 퇴비화 인프라를 지금부터 확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경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의 사회적 비용이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기후변화 피해가 커질수록 그 가치는 높아지고, 퇴비화의 경제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개선될 수 있다. 소머스 교수는 또 음식점, 마트 등에서 배출되는 대량의 유기 폐기물이 퇴비화의 진정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지적한다.
퇴비화는 환경적 효과 외에도 공중보건과 위생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대도시의 음식물 쓰레기는 쥐 등 해충을 불러와 거리 환경을 악화시키는데, 퇴비화는 이를 완화해 도시를 더 청결하게 만든다. 주민들의 불쾌감은 물론 해충 매개 질병 위험까지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퇴비화가 보편적 해법은 아니다. 지역별 인구 구조, 지리적 조건, 생활 습관에 따라 서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일부 도시는 가정집 앞 퇴비통을 수거하지만, 또 다른 곳은 주민이 지정된 장소에 직접 반입하도록 운영한다. 소머스 교수는 “북서부 코네티컷과 스탬퍼드, 하트퍼드의 해법은 서로 달라야 한다”며 “지역 특성에 맞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시험대다. 당장의 비용은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환경적·경제적·사회적 이익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퇴비화의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점점 짧아지는 기후 시계 속에서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해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