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환경 규제 강화와 소비자 인식 변화로 친환경 포장재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플라스틱 의존도를 줄이려는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이며, 특히 생분해성 포장재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생분해성 고분자 시장은 2025년 약 54억 달러 규모에서 2032년 127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일부 보고서는 2025년 116억 달러에서 2035년 80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며, 연평균 성장률이 20%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한다. 이 같은 전망은 지속가능한 소재에 대한 기업과 투자자의 관심이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영국의 혁신기업 잼플라(Xampla)가 주목받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분사한 잼플라는 최근 1,400만 달러(약 19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투자는 에머럴드 테크놀로지 벤처스(Emerald Technology Ventures), BGF, 매터웨이브 벤처스(Matterwave Ventures)가 주도했으며, 회사는 향후 5년 안에 100억 개 이상의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잼플라가 개발한 ‘모로(Morro™)’는 식물 단백질로 만든 천연 고분자 대체재다. 플라스틱을 전혀 포함하지 않고 생분해가 가능하며, 가정에서도 퇴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원료는 완두콩, 유채, 해바라기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이며, PFAS(과불화화합물) 같은 유해 화학물질도 포함하지 않는다.
현재 잼플라는 음식 배달 서비스 저스트 이트 테이크어웨이(Just Eat Takeaway), 식자재 공급업체 번즐 케이터링 서플라이즈(Bunzl Catering Supplies) 등과 협력해, 종이 용기에 필요한 코팅재를 플라스틱 대신 모로 소재로 대체하고 있다. 모로는 종이의 재활용성을 유지하면서 기름, 습기, 산소 차단 성능을 제공해, 현실적인 플라스틱 코팅 대체재로 인정받고 있다.
이와 함께 잼플라는 기존의 PVA 필름을 대체할 수 있는 모로 필름도 개발 중이다. 이 필름은 물에 용해되며 식품에도 안전해 세제 캡슐, 세탁 세제 캡슐, 1회용 식품 포장재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글로벌 소비재(FMCG) 브랜드와 협업해 생활용품, 뷰티 제품에 사용되는 마이크로캡슐 대체 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알렉산드라 프렌치 잼플라 CEO는 “이번 투자는 당사 기술이 플라스틱의 실질적 대안임을 입증하는 계기”라며 “앞으로 5년 안에 100억 개의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하고, 아시아·태평양을 비롯해 유럽과 영국 시장에서도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주도한 에머럴드 테크놀로지 벤처스의 닐 카메론은 “잼플라의 기술은 거대한 문제에 대한 거대한 해법”이라며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향후 확장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급성장하는 생분해성 포장 시장 속에서 잼플라는 투자, 기술, 글로벌 협업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포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플라스틱에 대한 세계적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 산업 전환을 앞당기는 중요한 신호탄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