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 새 길 열리나…니켈 촉매 활용한 혁신적 해법

  • 등록 2025.09.10 14: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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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플라스틱 폐기물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수억 톤이 쏟아지지만 재활용되는 양은 극히 적고, 나머지는 매립지나 바다로 흘러들어가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인류와 생태계를 위협한다. 이처럼 풀리지 않는 난제를 두고 과학계에서 획기적인 기술이 등장했다. 값비싼 희귀 금속 대신 흔한 금속인 니켈을 사용해 플라스틱을 손쉽게 분해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가 개발된 것이다.

 

현재 플라스틱 재활용은 종류별 분류 과정이 필수다. 가장 많이 쓰이는 폴리올레핀 계열의 플라스틱, 즉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은 구조가 견고해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샴푸통, 스낵 포장지, 주스팩 등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지만 재활용률은 10%에도 못 미치며, 현실적으로는 1% 수준에 그친다. 한 번 잘못 섞이거나 음식물 찌꺼기 등이 묻어 있으면 전체 공정이 무너져 매립지로 직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매년 2억 톤이 넘는 폴리올레핀이 버려지며, 수십 년간 환경 속에 잔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이 내놓은 연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단일 부위 니켈 촉매와 수소 가스를 활용해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분해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기존 기술은 섭씨 700도 이상의 고온이나 백금·팔라듐 같은 고가의 귀금속을 필요로 했지만, 이번 방법은 온도와 압력을 크게 낮추면서도 더 높은 효율을 보였다. 촉매 사용량은 10분의 1로 줄었고, 반응성은 10배 향상됐다.

 

더 주목할 점은 이 과정이 무차별적인 분해가 아니라 선택적인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니켈 촉매가 ‘망치’처럼 모든 결합을 깨부쉈다면, 이번 촉매는 ‘메스’처럼 특정 화학 결합을 정밀하게 절단한다. 그 결과 서로 다른 플라스틱이 섞여 있어도 각각을 구분해 처리할 수 있으며, 부산물은 오일·왁스·연료 등으로 전환된다. 이들은 다시 윤활유, 양초 등 산업적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

 

 

또 하나의 난제였던 PVC 문제도 돌파구를 찾았다. PVC는 파이프, 바닥재, 의료기기 등에 널리 쓰이지만, 열을 가하면 염화수소 가스를 내뿜어 대부분의 촉매를 파괴한다. 그러나 이번 니켈 촉매는 PVC 환경에서도 오히려 성능이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다. 혼합물의 4분의 1이 PVC였음에도 공정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며, 이는 기존 연구에서는 전례가 없는 성과다.

 

무엇보다 이번 기술이 가진 가장 큰 의미는 ‘분류 없는 재활용’의 가능성이다. 지금까지는 엄격한 선별이 필수였던 플라스틱 재활용 과정에서, 앞으로는 혼합된 상태로도 투입해 가치를 지닌 산출물을 얻을 수 있게 될 수 있다. 이는 에너지 낭비와 비용을 줄이고, 무엇보다 산업적 실행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복잡하고 불가능에 가까웠던 과제를 한층 단순하게 바꾸는 것이며, 이는 환경 위기 대응에 반드시 필요한 변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실렸다.

최유리 기자 yuri@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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