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상담 넘어 식단으로…케토 다이어트의 정신 건강 효과

  • 등록 2025.09.15 13: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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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 연구가 대학생의 우울증 완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약물치료나 상담에 더해 특정 식단이 정신 건강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확인된 것이다. 연구진은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으로 대표되는 ‘케토제닉 다이어트’를 적용했을 때, 대학생들의 우울증 증상이 현저히 감소하고 전반적인 삶의 질까지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이 주도해 10주 이상 케토제닉 식단을 유지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모두 주요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상태였으며, 이미 상담 치료나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영양적 케토시스를 유도하는 식단을 제공하고, 맞춤형 식사 지도를 통해 꾸준히 식단을 유지하도록 도왔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 참여자의 우울증 증상은 10~12주 사이 평균 70%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기존 약물이나 상담 치료의 평균 효과인 5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연구진은 자가 보고와 임상가 평가를 통해 이를 확인했으며, 그 과정에서 단 한 명도 증상이 악화된 경우는 없었다.

 

또한 웰빙 지표는 초기 대비 세 배 가까이 향상됐으며, 인지 수행능력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 대부분은 평균 5kg 정도 체중을 줄였고, 체지방 역시 감소했다. 연구 과정에서 두 명이 경미한 ‘케토 플루’ 증상을 경험했지만, 전해질 보충을 통해 곧바로 해소됐다.

 

 

생물학적 지표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됐다. 체중 감량과 함께 렙틴 수치가 감소했으며,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가 증가했다. BDNF는 뇌 건강과 신경 보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낮은 수치는 주요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진은 이번 수치 변화를 통해 케토제닉 다이어트가 단순한 체중 관리 차원을 넘어 뇌 대사와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은 미국 대학생 사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학생의 약 40%가 증상을 호소하고 있으며, 절반가량은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상담 인프라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치료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연구를 이끈 라이언 파텔 박사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공급 가능한 전문 치료를 넘어서는 규모로 존재한다”며 “영양학적 접근은 대규모로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단일 파일럿 임상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사 정신의학(metabolic psychiatry)’이라는 새로운 연구 영역을 부각시켰다. 대사와 뇌 건강, 그리고 정신 질환 사이의 연결고리를 탐구하는 이 분야에서 식단은 중요한 실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대규모 대조군 연구를 통해 이번 결과를 더욱 체계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간 케토시스 연구에 매진해온 제프 볼렉 박사는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염증 감소, 인슐린 감수성 개선, 신경영양인자 증가 등 다양한 기전을 통해 우울증 병리와 교차할 수 있다”며 “특히 대학생처럼 학업과 생활 전반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집단에서 주목할 만한 치료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Translational Psychiatry(중개정신의학)’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향후 임상이 확대된다면 케토제닉 다이어트가 약물이나 상담을 대체하기보다는, 이를 보완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이번 연구는 식단과 정신 건강의 관계에 대한 기존 통념을 뒤흔드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체중 감량을 위한 방법으로 여겨졌던 케토제닉 다이어트가 우울증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특히 치료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앞으로 이와 같은 대사 기반 정신의학 연구가 더욱 확장될지 주목된다.

최유리 기자 yuri@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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