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초밭, 기후위기 대응의 숨은 열쇠…과도한 영양분이 발목 잡는다

  • 등록 2025.09.15 15: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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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바닷속에서 조용히 자라는 해초가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해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퇴적물 속에 가둠으로써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탄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차원을 넘어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데 직접적인 기여를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해초의 잠재력이 무조건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과도한 영양분 유입이 해초밭의 생존과 탄소 저장 능력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진은 해초와 영양분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9년에 걸친 장기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바하마 해역의 해초밭에 인과 질소를 인위적으로 보충하며 변화를 추적했는데, 그 결과 해초는 처음에는 성장 속도를 높이며 뿌리와 잎을 강화하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뿌리가 더 깊고 넓게 뻗으면서 탄소가 퇴적물 속으로 더 많이 축적되는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탄소 흡수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유의미한 변화였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급격히 악화됐다.

 

가장 큰 문제는 질소였다. 연구진은 질소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미세 조류인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목격했다. 수면 가까이에 밀집한 플랑크톤은 햇빛을 차단해 해초의 광합성을 방해했고, 이는 결국 해초밭 전체를 위기에 빠뜨렸다.

 

 

미시간대 제이콥 올게이어 교수는 “영양분이 무조건 해초를 죽인다고 생각해왔지만, 적정 수준에서는 오히려 해초 성장을 촉진한다”며 “문제는 지나친 영양분이 플랑크톤 번성을 유발해 빛을 차단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해초를 직접 채취해 잎, 줄기, 뿌리, 땅속줄기로 나눠 분석했다. 동결 건조와 분쇄 과정을 거친 뒤 질소, 인, 탄소의 함량을 측정한 결과, 인간이 배출한 하수 등에서 비롯된 영양분이 어류 등 자연적 공급원보다 해초 생장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인위적 오염원이 해초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연구진은 질소와 인의 비율이 해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추가로 실험했다. 보통 농업에서는 두 성분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해양 생태계에서는 양상이 달랐다. 인은 해초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반면, 질소는 플랑크톤을 급증시켜 해초에 부담을 더했다. 이는 기존 농업 모델을 그대로 해양 생태계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영양분 오염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특히 질소 유입을 줄이는 것이 핵심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수 처리와 농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질소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해초는 더욱 건강하게 자라며 탄소를 저장하고, 해양 생태계 보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초밭은 산호초나 열대우림처럼 대중적 관심을 받지는 못하지만, 탄소 저장 능력만큼은 자연이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연구가 국제학술지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에 실리면서, 해초를 단순한 연안 식물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의 전략적 자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김민영 기자 min@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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