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사미족, 광산 개발과 기후위기 속 문화 존립 위기

  • 등록 2025.09.17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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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스웨덴 북부, 유럽 최대 규모 희토류 매장지 개발이 추진되면서 사미족 순록 방목 공동체가 존립의 기로에 섰다. 국가는 광산 개발을 통해 자원 안보를 강화하려 하지만, 원주민에게는 수천 년간 이어온 삶의 터전이 사라질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가속화하는 기후변화까지 겹치며 사미족의 문화적 토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도전에 직면했다.

 

스웨덴 북부 루오사바라 산은 오랫동안 사미족 순록이 이동해 온 전통 경로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에 유럽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페르 예이예르(Per Geijer)’ 희토류 매장지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스웨덴 정부와 국영 광산기업 LKAB는 이를 통해 유럽의 대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고, 전기차·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사미족 공동체는 이러한 개발이 전통적 순록 방목을 근본적으로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가브나 마을에서 3천여 마리의 순록을 관리하는 방목민 라르스-마르쿠스 쿠무넨은 “순록은 사미 문화의 뿌리”라며 “광산이 들어서면 여름과 겨울을 오가던 이동 경로가 완전히 차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키루나바라 철광석 광산 확장으로 인해 순록이 더 멀고 험한 길을 따라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로운 광산이 추가되면 대안이 전혀 남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광산 개발 문제와 함께 기후변화 역시 방목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4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겨울에는 눈 대신 비가 내려 지면이 얼어붙고 순록의 먹이인 지의류가 두꺼운 얼음층에 갇히는 현상이 반복된다. 여름에는 30도까지 치솟는 기온으로 순록이 과열돼 체중을 충분히 늘리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순록은 이동하면서 먹이를 섭취하기 때문에 차량 이동으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스웨덴 내 사미족은 약 2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법적으로 인종 기반 조사가 금지돼 정확한 수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가 규정한 ‘사메비(sameby)’라는 공동체 단위는 사업체로 등록돼 있으며, 정부가 순록의 수와 이동 범위를 지정한다. 이러한 제도적 제한 속에서도 사미족은 오랜 세월 언어와 전통을 지켜왔지만, 지금은 광산 개발과 기후위기라는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

 

쿠무넨은 “광산과 싸우기는 매우 어렵다. 그들은 돈과 자원을 모두 갖췄지만, 우리에게는 존재하려는 의지뿐”이라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어떻게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사미족의 현실은 단순히 지역적 분쟁을 넘어선다. 기후위기 시대, 원주민의 권리와 전통문화 보존이 지속 가능한 개발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국제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유리 기자 yuri@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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