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 건강한 식습관이 단순히 신체적 건강을 넘어 정신적 만족과 행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대규모 분석은 과일과 채소가 노년층의 삶의 의미와 행복감에 일정한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인과관계 확인을 위해서는 장기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영국 보건심리학 저널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식단과 긍정적 웰빙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영국 고령화 종단연구(ELSA)의 2018~2019년 자료를 활용해 총 3103명의 참여자를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선정된 이틀 동안 24시간 식이 기록을 작성했으며, 이를 통해 과일과 채소, 다불포화지방산(PUFA) 섭취량이 평가됐다.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69.3세였고, 여성 비율이 절반을 조금 웃돌았다. 하루 평균 과일과 채소 섭취량은 약 2인분에 불과했으며, PUFA 섭취는 총 에너지의 2.5%에 그쳐 권장치 6.5%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연구진은 긍정적 웰빙을 세 가지 차원에서 측정했다. 삶의 의미와 목적, 개인적 성장을 포괄하는 ‘유다이모닉 웰빙’, 행복과 긍정적 감정을 중심으로 한 ‘헤도닉 웰빙’, 그리고 전반적 삶의 만족도를 반영하는 ‘평가적 웰빙’이다. 이를 위해 CASP-19 척도, 삶의 만족도 척도, 전날 행복감 평가 등을 활용했다.
분석 결과 과일과 채소 섭취는 유다이모닉 웰빙과 일관되게 긍정적 연관성을 보였다. 단순히 영양 섭취 차원을 넘어, 일상에서 의미와 목적을 느끼는 감각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와의 관계는 우울 증상이나 만성질환 요인을 보정한 뒤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PUFA 섭취는 초기 분석에서는 일부 긍정적 결과가 있었으나 우울 증상을 반영하면 의미가 사라져 일관성이 부족했다. 연구진은 “식단이 노년층의 정신적 웰빙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경제적 여건이나 건강 상태 등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단선적 인과관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일과 채소 섭취를 늘리는 것은 간단하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으나, 이를 확증하려면 장기적·실험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자기보고식 식단 기록과 단면 설계를 기반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국가 규모의 대규모 자료를 바탕으로 식단과 정신적 웰빙을 동시에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령화 사회에서 신체 건강뿐 아니라 삶의 의미와 행복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식습관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