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마모 입자, 인체 소변서 검출…임신부에서 더 높아

  • 등록 2025.09.26 12: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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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김민영 기자]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미세 입자와 화학물질이 인체 소변에서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임신부에게서 일반 성인이나 아동보다 높은 농도가 확인되면서 타이어 유래 물질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과학기술레터(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중국 남부 지역에서 수집한 150개의 소변 샘플을 분석한 결과 타이어 첨가제인 ‘6PPD’와 이 물질이 반응해 생성되는 ‘6PPD-퀴논’이 다수 검출됐다. 타이어 제조 과정에서 첨가되는 6PPD는 고무가 오존과 산소에 의해 갈라지는 것을 막는 보호제 역할을 하지만, 주행 중 마모되면서 주변 환경으로 방출된다. 이후 인체에 들어와 대사되는 과정에서 더 잘 이동하는 형태인 퀴논으로 전환되며, 결국 소변에서 확인된 것이다.

 

연구진은 참가자 대부분에서 두 물질을 확인했으며, 특히 임신부의 경우 소변 속 6PPD-퀴논 농도가 성인이나 아동보다 높았다. 임신부의 일일 배출량은 체중 1kg당 약 273나노그램으로 추산됐다. 이는 도로 인근 거주, 교통 관련 직업, 오염된 실내 먼지 노출 등 복합적 경로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6PPD-퀴논의 독성은 이미 수생 생물에서 경고 신호를 보낸 바 있다. 2021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도시 빗물에 포함된 이 물질이 회귀하는 은연어(coho salmon)를 단시간 내 집단 폐사시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어와 같은 민감한 어종에서 극도의 치명성을 보였던 사실은, 비록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 위험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연구자들은 타이어 마모로 인한 오염이 미세플라스틱 문제와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조각과 달리 타이어 입자는 특정 화학 첨가제를 포함해 독특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포츠머스대학 헨리 오반야 연구원은 “타이어 입자를 독립적인 오염 범주로 시급히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환경뿐 아니라 인체 노출 문제까지 고려한 새로운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규제 당국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24년 6PPD-퀴논에 대한 급성 수생 생물 기준치를 마련해 민감 어종 보호 지침으로 제시했다. 이는 완전한 수질 기준은 아니지만 도로 빗물 관리와 처리 시설 설계에 중요한 참고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구진은 도로 유출수, 퇴적물, 실내 먼지를 대상으로 더 민감한 탐지 기술을 개발해 노출 경로를 구체적으로 규명하려 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타이어 입자가 환경에 남는 단순한 잔해가 아니라 인체에 실제로 흡수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아직 사람에게 미치는 건강 영향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연령·직업·거주지에 따른 장기적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빗물 처리 시스템 개선, 도로 설계 보완, 타이어 성분 변경 등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점진적으로 문제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번 결과는 타이어 오염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새로운 환경·보건 과제임을 시사한다. 연구자들이 강조하듯, 타이어에서 비롯된 입자와 화학물질을 별도로 분류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향후 인체 안전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김민영 기자 min@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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