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시장서 멸종위기 상어 고기 판매…소비자도 모르게 건강 위협

  • 등록 2025.09.30 15: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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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미국 내 유통망을 통해 멸종위기 상어 고기가 판매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상어 고기가 단순히 ‘shark(상어)’라는 일반 표기로 유통되면서 소비자들은 자신이 멸종위기종 고기를 구입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일부 제품에서 특정 종 이름이 표시돼 있었으나 실제 내용물은 다른 종인 경우도 확인돼 허술한 관리 실태를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 캠퍼스 연구진이 수행했다. 이들은 미국 내 소매점, 시장, 온라인에서 구입한 상어 고기 샘플 30개를 분석한 결과, 약 31%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등재된 멸종위기종 혹은 위급 단계에 해당하는 상어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대표적으로 큰눈물상어, 홍살귀상어, 톱상어, 청상아리 등이 포함됐다.

 

연구에 따르면 조사 샘플의 93%가 ‘shark’라는 일반적인 라벨만 부착돼 있었고, 종명이 표시된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정확한 표기가 된 것은 검은지느러미상어로, 국제적으로 ‘취약종’으로 분류되는 어종이었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실제로는 청상아리 고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종명으로 판매됐다. 이는 상어 고기 유통 과정에서 종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에 참여한 사바나 라이번 연구원은 “미국에서 상어 고기를 판매할 수 있는 합법성은 포획된 지역과 상어의 종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는 CITES(멸종위기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와 미국 멸종위기종법 규정 때문이다”라며 “그러나 대형 상어가 시장이나 식료품점에 도착할 즈음에는 대부분 필레 형태로 가공돼 외형적 특징이 사라지므로 판매자조차 어떤 종을 판매하는지 인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단순히 보존 차원을 넘어 인체 건강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경고했다. 큰눈물상어, 홍살귀상어, 매끈큰이빨상어 등에서 고농도의 수은, 메틸수은, 비소가 검출된 것이다. 이 같은 중금속은 뇌 손상과 암, 그리고 기타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간 섭취할 경우 위험성이 더 커진다.

 

상어는 약 4억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 온 고대 어류로, 가장 오래된 화석 기록은 나무 화석보다도 1억 년 앞선다. 또한 상어는 해양 생태계에서 핵심종(keystone species)으로 꼽히는데, 이는 상어의 존재와 건강이 생태계 내 다른 종들의 생존과 균형 유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획과 불법 거래, 그리고 불투명한 라벨링으로 인해 이들의 생존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미국 내 해양생물 보호 정책의 허점을 드러낸 결과라고 지적한다. 특히 소비자들은 자신이 섭취하는 식품의 정확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으며, 정부와 유통업계는 이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구진은 “상어 고기 유통 전 과정에서 추적과 관리가 강화돼야 하며, 종에 대한 정확한 표시 의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어 고기의 불법·불투명 유통은 단순한 환경 파괴 문제가 아니다. 이는 멸종 위기종 보존, 인간 건강, 그리고 해양 생태계의 균형이라는 세 가지 중대한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대응이 시급하다. 이번 연구는 상어 고기 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해양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최유리 기자 yuri@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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