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백·도마·병뚜껑서 미세플라스틱 검출…“작은 습관 변화로 줄일 수 있다”

  • 등록 2025.10.02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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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식품 포장재와 주방 도구를 바꿔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미세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플라스틱 포장재와 조리도구는 편리함과 위생성을 이유로 널리 사용돼 왔지만, 정상적인 사용 과정에서도 미세한 입자가 음식과 음료에 스며들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연구진은 소비자가 일상 습관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스위스 취리히 식품포장포럼의 리사 치머만 박사가 주도했고, 스위스 수질연구소(Eawag)와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NTNU) 연구진이 함께 참여했다. 연구팀은 총 103편의 선행 연구를 분석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포장재나 조리도구 등 플라스틱과 접촉한 식품이나 실험용 액체에서 미세플라스틱 또는 나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다만 정상적인 사용 조건에서 발생을 신뢰성 있게 입증한 연구는 7편에 불과했다. 약 3분의 1은 시간, 온도, 반복 사용에 따른 입자 방출 변화를 추적하는 동역학적 설계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공개 대시보드를 구축해 누구나 입자 발생 경로와 시험 방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대략 1~10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플라스틱 입자를 뜻하며, 이보다 작은 1마이크로미터 이하 입자는 나노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검출이 어렵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플라스틱 도마, 병뚜껑, 티백, 랩, 파우치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식품 접촉 제품은 열과 마찰, 반복 사용 과정에서 쉽게 잘게 부서질 수 있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한 연구에서는 단순히 포장을 뜯거나 병뚜껑을 비트는 동작만으로도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폴리머 티백이다. 섭씨 95도에서 티백 하나를 우리는 과정에서 약 116억 개의 미세플라스틱과 31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방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연구진은 잎차를 스테인리스 인퓨저에 담아 우리거나, 플라스틱이 없는 종이 티백을 사용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티백을 강하게 짜내거나 저어 마모를 가속하는 행동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음료와 소스를 유리병이나 스테인리스 용기에 보관하고, 플라스틱 용기는 장시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음료병은 개봉 후 여러 번 마개를 여닫기보다는 컵에 덜어 마시는 방식이 병목의 마찰을 줄여 입자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주방 도구도 중요한 변수다. 칼이 직접 표면을 갈아내는 도마는 미세플라스틱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시중에 유통되는 고기에서 폴리에틸렌 입자가 검출돼 플라스틱 도마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확인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일반 조리에는 나무나 유리 도마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다만 고기를 다룰 때 위생 문제로 플라스틱 도마를 사용한다면 칼집이 깊게 생기면 즉시 교체해야 하며, 표면을 긁어내는 강한 동작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할 때 금속 조리도구는 표면을 긁어내기 쉬우므로 나무나 실리콘 재질을 사용하고,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연구는 인체 건강과의 연관성도 지적했다. 한 연구에서는 수술 환자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 경동맥에서 제거된 플라크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환자가 심근경색, 뇌졸중, 사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노출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하기에 충분한 결과다.

 

연구진은 실험 방법과 보고 기준을 표준화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래야 전 세계 연구기관과 규제 당국이 결과를 신뢰할 수 있고, 산업계는 안전한 제품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 실제 사용 조건에서 시간, 온도, 반복 사용에 따른 입자 방출 여부를 시험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면 소비자 역시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치머만 박사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식품 접촉 제품이 미세플라스틱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계적으로 지도화한 첫 연구”라며 “소비자는 작은 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해 노출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npj Science of Food에 게재됐다.

최유리 기자 yuri@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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