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전국 유기동물 보호소의 포화 상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보호소에 수용된 개와 고양이의 수가 해마다 늘면서 관리 인력과 예산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장기 보호 동물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구조된 동물이 새 삶을 찾기까지의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약 12만3000마리로, 5년 전보다 약 25% 증가했다. 반면 입양률은 30% 초반에 머물러 보호소 내 과밀화가 이어지고 있다. 한 지방 보호센터 관계자는 “한정된 공간에서 늘어나는 동물을 관리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시민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특히 고양이의 구조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2019년 전체 구조 동물 중 고양이가 차지한 비율은 37%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48%를 넘어섰다. 길고양이 개체 수 급증과 함께 구조 신고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보호소 포화의 근본 원인으로 낮은 중성화율과 무분별한 반려동물 분양을 지적한다.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는 “입양보다 구매를 선호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지속적인 교육과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와 부산시는 민간단체와 협력해 보호소 내 입양률을 높이는 ‘공공-민간 협력 입양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시민 참여를 독려하고 입양 후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정착을 돕는 방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개인 차원의 보호 활동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유튜버 카라큘라가 강원도에 유기견 임시보호소를 완공해 운영을 시작했다. 해당 보호소는 사비로 마련된 공간으로, 학대나 방치된 개를 구조해 임시 보호 후 입양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온라인을 통해 후원과 봉사자 모집이 이뤄지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정부 주도의 제도적 지원이 두드러진다. 영국은 ‘입양 우선제’를 법으로 명시해 상업적 판매보다 입양 절차를 우선하도록 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보호소의 장기 체류 동물에 대해 봉사활동 형태의 ‘임시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입양 전 사회화를 돕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는 민간 단체 중심의 자율 운영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 확대와 보호소 운영 지침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동물보호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보호소 환경 개선, 입양 활성화, 중성화 지원 확대 등을 포함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실행력 확보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측은 “유기동물 문제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문제”라며 “입양 문화 정착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유기동물의 증가에 그치지 않고,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사회적 과제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시민의 협력이 강화될 때 보호소 포화 문제의 실질적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