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는 수준을 넘어, ‘물 마시기’가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연구진이 수행한 실험에서 평소 물을 충분히 마시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수분 상태가 정신적 안정과 건강 유지에까지 관여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우리 몸의 절반 이상은 물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하루 권장량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평균 물 섭취량은 하루 44온스(약 1.3리터)로, 남성 권장량 3.7리터, 여성 권장량 2.7리터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단순히 물을 적게 마시는 것은 피부 건조나 피로감뿐 아니라, 체내 스트레스 반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영국의 한 연구팀은 ‘수분 상태가 스트레스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주제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평소 물을 적게 마시는 사람(남성 하루 1.6리터 미만, 여성 1.5리터 미만)과 충분히 마시는 사람(남성 2.9리터 이상, 여성 2.5리터 이상)을 각각 선별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실험실에서 ‘트리어 사회적 스트레스 테스트(TSST)’라는 심리적 자극 실험을 수행했다. 면접과 수학 문제 풀이 등으로 구성된 이 테스트는 참가자들의 심박수, 침 속 코르티솔 수치, 불안 수준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도록 설계됐다.
분석 결과, 평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 그룹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코르티솔 수치의 상승 폭이 거의 없었다. 반면 수분 섭취가 부족한 그룹은 테스트 직후 코르티솔이 급격히 상승했으며, 소변 색이 짙고 체내 수분 상태가 나쁠수록 스트레스 반응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만성적인 탈수 상태가 신체의 스트레스 조절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염증 반응과 질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르티솔은 ‘위기 대응 호르몬’으로 불리며, 단기적으로는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체내 염증, 혈압 상승, 불면, 피로, 면역력 저하 등을 유발한다. 따라서 스트레스 관리의 핵심은 단순한 심리적 요인뿐 아니라, 신체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에도 있다. 이번 연구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심리적 안정과 생리적 균형을 동시에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하루에 남성은 약 15.5컵, 여성은 11.5컵 정도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물을 한 번에 많이 마시기보다 하루 종일 꾸준히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단순한 물이 부담스러울 경우 탄산수나 과일·허브를 넣은 물로 다양성을 주면 좋다고 덧붙였다.
수분 보충은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니라, 스트레스 저항력과 전신 건강을 유지하는 ‘기초적인 자기관리’에 가깝다. 연구진은 “물 섭취 부족이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수분 관리 습관이 장기적인 건강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더 큰 규모의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일상 속 스트레스 관리의 첫걸음은 명상이나 운동이 아니라 ‘물 한 잔’일지도 모른다. 몸이 보내는 가장 단순한 신호인 갈증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건강한 삶의 출발점임을 이번 연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