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지중해식 식단을 꾸준히 실천한 여성들이 자궁내막증 발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과일·채소·콩류 등 식물성 식품 위주의 균형 잡힌 식단이 염증 완화와 생식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최근 게재됐으며, 이란 여성들의 지중해식 식단 준수 정도와 자궁내막증 발생 위험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수록 자궁내막증 발병 확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막과 유사한 조직이 자궁 외부에 자라 통증과 불임을 유발하는 만성 질환으로, 가임기 여성의 약 10%가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병에는 호르몬·염증·면역 반응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며, 유전과 환경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이란 테헤란 지역 여성 345명을 대상으로 병원 기반 사례-대조군 연구를 수행했다. 이 중 자궁내막증이 수술 또는 조직검사로 확인된 105명과 질환이 없는 대조군 208명이 최종 분석에 포함됐다. 연구 대상은 모두 18세 이상 49세 이하의 비임신·비수유 여성으로, 주요 만성질환이 없는 이들만 선별했다.
참여자들의 1년간 식습관은 168개 항목의 식품섭취빈도조사(FFQ)를 통해 수집됐으며, 교육받은 조사원이 질환 여부를 모른 채 데이터를 수집해 편향을 최소화했다. 지중해식 식단 점수(Medi-Lite Score, 0~16점)는 과일·채소·견과류·콩류·생선·통곡물·육류·유제품·지방 비율 등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분석 결과, 자궁내막증이 없는 여성은 평균 9.21점으로 질환군(5.63점)에 비해 식단 점수가 높았으며, 전반적인 식단 질도 높았다. 과일·채소·견과류·콩류·생선을 많이 섭취한 여성일수록 위험이 낮았고, 반대로 육류와 유제품 섭취가 많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았다. 특히 지중해식 식단을 꾸준히 실천한 여성은 자궁내막증 위험이 94% 낮았으며(보정 오즈비 0.06), 과일·채소·생선·콩류는 각각 70~90% 수준의 보호 효과를 보였다.
반면 육류 섭취는 발병 위험을 약 10배, 유제품은 약 4.6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곡물 섭취와 자궁내막증 위험이 높게 나타난 결과는 지역별 식품 구성 차이나 미조정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영양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한 건강식 지표(HDI)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여성은 자궁내막증 위험이 95% 낮았다. 다만 단일 영양소보다는 전체 식단의 질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식이요법이 염증과 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미쳐 자궁내막증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며 “지중해식 식단은 여성 건강 증진을 위한 유용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관찰 연구인 만큼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으며, 향후 장기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