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인간 활동으로 인한 생태 변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종 다양성, 기능 다양성, 계통 다양성 등 핵심 지표 전반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OP30이 열리는 시점에서 탄소 흡수력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 논의가 생태 보전의 실질적 위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구진은 다양한 차원의 생물다양성 감소가 생태계 복원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영국 랭커스터대와 옥스퍼드대 공동 연구팀은 브라질 동부 아마존 지역 215개 조사 구역에서 5만5000그루 이상의 나무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지는 건드리지 않은 1차림과 선택적 벌목 지역, 벌목과 산불이 복합적으로 일어난 지역, 벌채 후 재생 중인 2차림을 포함했다. 연구진은 종의 수, 나무가 맡는 기능적 역할, 그리고 나무들이 속한 진화 계통의 폭이라는 세 가지 측면을 동시에 측정했다.
연구 결과, 경중을 막론한 모든 형태의 교란은 세 가지 다양성 지표 모두를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택적 벌목처럼 비교적 약한 교란조차 종 구성과 생태 기능, 계통적 폭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한 종 감소를 넘어 숲의 정체성을 바꾸는 현상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실제 교란 지역에서는 성장 속도가 빠른 개척자 성질의 종이 증가하고, 천천히 자라는 대형 수종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숲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 범위가 좁아지고, 진화적 뿌리도 얕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벌채 후 자라는 2차림은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연구진은 2차림을 기후 회계에서 1차림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관행이 실제 생태 기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연방 라브라스대가 참여한 연구팀은 교란 지역의 종 수뿐 아니라 진화 계통과 기능적 유형의 폭도 줄어드는 동시에, 숲을 구성하는 핵심 종이 서로 다른 형태로 대체되는 점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교란 이후 “개척종 비중이 높아지고 대형·완만 성장형 수종은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삼중 다양성의 약화는 기후 대응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양한 종과 기능, 깊은 계통적 기반을 갖춘 숲일수록 가뭄과 병해충에 대한 저항력이 높고, 영양 순환과 탄소 저장 안정성이 유지된다. 연구에 따르면 이미 광범위한 지역에서 이러한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적 벌목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분류되는 관행에 대해 연구진은 모든 형태의 인간 활동이 생태 구조에 장기적인 흔적을 남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란된 숲은 본질적으로 원시림과 다른 체계를 가진다”며 남은 1차림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연구진은 교란된 1차림이 2차림보다 다양한 기능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어, 모든 산림이 보호·복원 대상임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열대 산림을 전방위적으로 보전하는 신규 재정 구조를 마련해야 하며, 탄소뿐 아니라 진화적 유산과 기능적 다양성도 가치 산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탄소 중심의 논의에 생물다양성 요소를 결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다양성이 유지돼야 탄소 저장 등 생태계 서비스가 지속된다”며 “이미 광범위한 교란으로 일부 지역은 원시림이 제공하던 서비스 범위를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