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국제동물보호단체 CIWF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문어 사육이 해양 생태계와 야생어류 자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세계 문어의 날에 맞춰 공개됐으며, 유럽 전역에서 육식성 양식업이 확대되는 흐름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단체는 특히 야생어류 기반 사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문어 사육이 지속가능성 전환을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IWF는 보고서와 함께 문어 사육 과정에서 제안된 도살 방식에 대한 조사 영상을 발표했다. 영상에는 야생에서 포획된 문어가 얼음물에서 장시간 폐사하는 모습과, 칼날로 찌르는 장면이 담겼다. 단체는 이러한 방식이 동물복지 측면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스페인 수산기업 누에바페스카노바가 추진 중인 세계 최초의 문어 사육장 계획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업은 2024년 환경 영향 평가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카나리아제 정부에 의해 첫 신청이 반려됐으며, 최근 재신청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정부는 당시 사육장이 주변 해양 생태계와 수질·대기 환경에 높은 위험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사업이 승인될 경우, 누에바페스카노바의 시설은 연간 약 100만마리의 문어를 사육·도살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내 문어 소비는 꾸준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2024년 제출된 문어 사육 금지 법안은 올해 후반에 재논의될 예정이다.
CIWF는 유럽의 육식성 양식업 규모가 2040년까지 약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해당 분석에 따르면 같은 기간 야생어류 수요도 약 70% 증가할 수 있어, 이미 부담이 큰 어족 자원에 추가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은 1985년 이후 78종의 새로운 양식 대상 종을 추가했으며, 상당수가 야생어류 기반 사료를 필요로 하는 종에 속한다.
학계에서는 문어의 감각성과 정서적 경험 능력이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21년 발표된 독립 검토 보고서는 300편 이상의 연구를 분석해 문어가 통증·쾌감·불편감 등 다양한 형태의 감정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강한 근거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영국은 해당 결과를 반영해 문어를 감각성 동물로 법적 인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4년 문어 사육과 사육 문어 판매를 금지했다. 주정부는 문어를 지능과 탐구 능력이 높은 동물로 규정하고, 사육 과정이 야생어류 자원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육식성 양식업이 확대되면 야생어류 자원과 동물복지에 대한 우려가 함께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측은 “감각성 해양생물에 대한 보호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