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생물, ‘극소량 플라스틱’에도 치명적 위험 노출

  • 등록 2025.11.24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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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 위협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거대한 해양 동물조차 극히 적은 양의 플라스틱만으로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지난 수년간 축적된 해양 동물 사체 기록을 종합해 플라스틱 노출량과 사망 위험 간의 연관성을 정량화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해양환경단체 오션컨서버시(Ocean Conservancy)가 주도했으며, 1만여 건 이상의 부검 자료를 수집해 동물 몸속 플라스틱 부하량과 사망률을 연계했다.

 

연구진은 동물 체내에 남아 있는 플라스틱의 종류와 크기, 위치를 분석한 결과, 일부 경우에는 설탕 세 조각 정도의 부피만으로도 바닷새가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해양 포유류와 해양거북도 체급 차이를 감안한 상대적 소량에서 치명적 결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지속 유입되는 상황에서 치사량이 매우 낮다는 점은 심각한 경고 신호”라고 밝혔다.

 

동물 체내에서 플라스틱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은 장관 구조의 물리적 손상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소화관 내부에서 날카로운 조각이 조직을 찢거나, 큰 조각이 장을 비틀거나 막아 혈류와 소화 기능이 마비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거대 플라스틱(macroplastic)’은 주로 풍선, 병류, 어구 조각 등으로, 먹이와 함께 삼키거나 먹잇감으로 오인해 섭취하는 과정에서 누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검 결과에 따르면 분석된 전체 개체의 약 20퍼센트에서 플라스틱이 체내에서 발견됐으며, 노출 강도는 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해양거북에서 비율이 가장 높았고, 바닷새, 해양 포유류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후 요인, 섭식 습성, 플라스틱 분포 지역 등이 노출 차이를 만드는 배경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대상은 바닷새 57종, 해양거북 7종, 해양 포유류 31종으로 매우 다양한 생물군을 포함했다. 이 같은 폭넓은 표본은 체형과 섭식 방식에 따라 플라스틱 섭취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도출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됐다. 해양 생태계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플라스틱 섭취가 개별 종의 문제를 넘어 광범위한 환경 스트레스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동물군별로 특히 위험한 플라스틱 유형도 구분됐다. 바닷새의 경우 완두콩보다 작은 크기의 고무류 플라스틱 여섯 조각만으로도 치명률이 약 90퍼센트 수준까지 치솟았다.

 

반면 가장 많이 발견된 경질 플라스틱 조각은 개별 위험성은 낮았지만, 섭취 빈도가 높아 누적 위험은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해양거북에서는 수백 개에 이르는 작은 비닐류 조각이 치명도를 크게 높였으며, 해양 포유류는 어업용 로프·그물·줄류 플라스틱이 특히 큰 피해를 유발했다. 연구진은 “해양 포유류 중 일부 대형종은 30개 미만의 어구 플라스틱만으로도 높은 사망 위험이 예측됐다”고 전했다.

 

플라스틱은 장기적으로 분해되며 미세플라스틱으로 축소되고, 이러한 조각은 수산물부터 육류·식물성 대체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거리에 침투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시판되는 단백질 식품 16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모든 식품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으며, 일부 수산물 조사에서는 180여 마리의 샘플 중 단 두 마리만이 인위적 입자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해양 생물에게 치명적 영향을 주는 플라스틱이 인간 식탁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멸종위기종에도 플라스틱 섭취가 광범위하게 나타난 점은 추가적인 우려를 낳는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을 삼킨 개체 중 절반가량이 국제 보전단체가 지정하는 고위험군(red-listed) 종에 해당한다고 밝히며, 이미 개체군이 감소하는 종에서 추가 사망이 이어지는 것은 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더욱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물 관리에 대한 국제적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러 연구자들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위험 임계치 설정과, 생산·배출 총량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평가한다. 연구를 공동 진행한 다수 과학자들은 “플라스틱 노출이 이미 해양 생물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방치할 경우 생태계 회복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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