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최근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에 실린 연구에서 백색 감자를 비롯한 전분성 채소와 곡물군의 영양 구성이 서로 크게 달라, 한 식품군이 다른 식품군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연구는 미국 내 식단 모델을 활용해 두 식품군을 상호 교체했을 때 나타나는 영양 변화와 잠재적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연구진은 미국인의 일상 식단에서 감자와 전분성 채소가 어느 정도 영양 기여를 하는지 파악하고, 정제곡물·통곡물과 비교했을 때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전분성 채소 섭취량이 늘면 칼륨과 비타민 C가 증가하는 반면, 곡물 섭취 감소로 인해 철과 엽산 등 일부 미량 영양소는 낮아지는 양상이 확인됐다.
연구는 미국 농무부(USDA) 자료와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의 모델링 방식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여성 19~30세와 남성 51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건강한 미국형 식단(HUSS) 기준을 적용해 식품군별 영양 기여도를 계산하고, 곡물을 전분성 채소로 단계적으로 대체하는 시나리오를 구성해 영양 섭취 변화를 살폈다.
백색 감자는 식이섬유, 칼륨, 비타민 B6·C 등 미국에서 섭취 부족이 잦은 영양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크기 감자 한 개는 칼륨과 식이섬유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며, 전체 칼로리 비중은 낮게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미국 내 실제 소비 현황을 보면 정제곡물 섭취가 권장량보다 높고, 통곡물과 감자는 권장량에 못 미치는 경향이 확인됐다.
식품군별 영양 구성 비교에서는 한 컵 상당의 전분성 채소가 두 온스 상당의 곡물보다 칼륨과 비타민 C 함량에서 월등히 높았으나, 곡물군은 철, 아연, 마그네슘과 비타민B군 등 다양한 미량 영양소를 더 많이 제공했다. 연구에 따르면 정제곡물을 전분성 채소로 대체할 경우 칼륨·비타민C·콜린 섭취는 증가하지만, 철·엽산·리보플라빈 등 일부 영양소는 감소했다.
통곡물을 전분성 채소로 대체하는 경우 감소 폭은 더 컸다. 연구진은 식이섬유, 칼슘, 마그네슘, 아연과 비타민B군이 전반적으로 낮아져 곡물군과 전분성 채소가 영양적으로 상호 대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곡물군을 전체적으로 줄이고 전분성 채소 비중을 늘리는 시나리오에서도 다수 미량 영양소가 추가로 감소하는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통해 전분성 채소가 미국인의 칼륨 부족 해소에 기여할 수 있지만, 곡물군을 축소할 경우 철과 엽산 등 다양한 영양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DGAC가 전분성 채소 권장량을 줄이고 다른 식물성 식품군을 확대한 제안과 관련해, 전분성 채소 섭취 감소가 영양 적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실제 소비 행태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모델링 한계도 함께 제시됐다.
연구진은 “전분성 채소와 곡물군은 제공하는 영양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대일 대체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각 식품군이 가진 강점을 고려한 식단 구성 방식이 영양 균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 식품군을 모두 적정량 포함하는 접근이 장기적 건강 관리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모델 기반 분석이라는 특성상 실제 식습관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지만, 식품군별 영양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