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체험’ 뒤에 가려진 현실…이국적 동물 카페, 동물복지 위기 경고

  • 등록 2025.12.12 11: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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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도심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국적 동물 카페가 동물복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양이 카페에서 출발한 동물 카페 문화가 수달, 올빼미, 파충류 등 다양한 야생·이국적 동물로 확산되면서, 인간의 오락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구조 자체가 동물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분석이다.

 

해외 시사 분석 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최근 보도를 통해 이국적 동물 카페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구조적인 동물복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국적 동물 카페는 ‘특별한 경험’과 ‘힐링 공간’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지만, 실제 운영 환경은 야생동물의 생태적·행동적 요구와 크게 괴리돼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핵심은 공간과 환경이다. 많은 이국적 동물 카페가 도심의 제한된 실내 공간에서 운영되면서, 동물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거나 숨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낮과 밤의 활동 주기, 종별 행동 특성, 충분한 은신처와 운동 공간 등 기본적인 요소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더컨버세이션은 이러한 시설이 사실상 소규모 민간 동물원과 유사한 형태임에도, 동물원 수준의 엄격한 복지 기준이나 관리 감독은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문제는 학술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일본 수의학 학술지에 최근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일본 전역의 이국적 동물 카페 79곳을 대상으로 복지 상태를 평가한 결과 전반적인 복지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등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환경, 급이, 자연행동 발현, 인간과의 상호작용 관리 등을 관찰해 종합 평가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모든 동물군에서 복지 점수가 낮았으며 특히 조류가 가장 취약한 상태를 보였다. 조류의 경우 비행이 제한된 공간에서 장시간 머무르며 자연스러운 행동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관찰됐다. 포유류와 파충류 역시 좁은 사육 공간과 단조로운 환경으로 인해 스트레스 요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방문객과의 직접 접촉 역시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 이국적 동물 카페의 운영 방식상 동물은 만지거나 사진을 찍는 체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이는 만성 스트레스와 행동 이상, 면역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위생 관리가 미흡할 경우 인수공통감염병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불법 야생동물 거래와의 연관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더컨버세이션은 이국적 동물 카페에서 인기를 끄는 특정 종에 대한 수요가 국제 야생동물 거래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카페에서 전시되는 동물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야생 포획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의 배경으로 제도적 사각지대를 꼽는다. 일본의 경우 이국적 동물 카페가 법적으로 전시동물 시설로 등록돼 있지만, 종별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복지 기준과 상시 감독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종에 맞는 사육 환경을 의무화하는 복지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컨버세이션 역시 “귀엽고 특별한 경험이라는 이미지 뒤에 구조적인 동물복지 문제가 가려져 있다”며 “소비자 인식 변화와 함께 제도적 규제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이국적 동물 카페는 계속해서 동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산업으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국적 동물 카페를 둘러싼 논의는 이제 단순한 취향이나 유행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오락을 위해 야생동물을 이용하는 방식이 정당한지에 대한 윤리적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과의 ‘가까운 만남’이 진정한 공존을 의미하는지, 그 이면의 비용을 사회가 직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유리 기자 yuri@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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