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북극 해빙 감소와 기후 변화로 생존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북극곰이 기존의 고지방 동물성 먹이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식물성 먹이를 포함한 다양한 먹이원을 활용하려는 적응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는 북극곰이 ‘식물성 식단’으로 전환했다기보다는, 생존을 위해 먹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그린란드 남동부와 북동부에 서식하는 북극곰 개체군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남동부 개체군에서 지방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에 변화 신호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해빙 감소로 물개 사냥 기회가 줄어든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북극곰은 전통적으로 물개 등 지방 함량이 매우 높은 먹이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삼아 왔으나, 사냥 여건이 악화된 일부 지역에서는 육상으로 이동해 열매, 풀, 해조류 등 식물성 먹이를 포함한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는 사례가 관측되고 있다. 다만 이는 주식의 변화라기보다 일시적이고 보조적인 섭취에 가깝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특히 환경 변화에 반응해 활성도가 달라지는 이른바 ‘점핑 유전자’가 관여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이러한 유전적 반응은 북극곰이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는 생물학적 신호일 수 있으나, 곧바로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연구를 이끈 연구진은 “이번 분석은 북극곰이 기후 변화라는 극단적 환경 압박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라며 “식물성 먹이를 포함한 먹이 선택의 변화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시도일 뿐, 북극곰이 처한 멸종 위기 자체가 완화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북극곰의 이러한 변화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북극곰은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이들의 식성 변화는 북극 생태계 전반의 불균형을 반영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가 결국 야생동물의 생존 전략까지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연구는 북극곰이 스스로 선택한 변화라기보다, 인간이 초래한 환경 변화 속에서 생존을 강요받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북극곰의 식성 변화는 기후 위기가 더 이상 추상적인 미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야생동물의 삶과 생존 방식 자체를 뒤흔들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