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영양가 높은 채소, 물냉이는 왜 식탁에서 멀어졌나

  • 등록 2025.12.18 09: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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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영양 밀도가 높은 채소로 평가받는 물냉이가 일상적인 식단에서는 거의 소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물냉이를 ‘가장 영양가 높은 채소’로 분류했지만, 실제 소비 행태는 이 평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양학적 가치와 식문화 사이의 간극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물냉이는 주로 고급 레스토랑의 장식용 샐러드나 접시에 곁들여 등장하는 채소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대형 마트에서도 쉽게 눈에 띄지 않으며, 가정 식탁에서 주재료로 활용되는 사례는 드물다. 이 같은 낮은 인지도는 영양학적 평가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CDC에 따르면 물냉이는 평가 대상 채소 가운데 가장 높은 영양 밀도를 기록했다. 이 평가는 2014년 학술지 ‘Preventing Chronic Disease’에 게재된 동료 심사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연구진은 과일과 채소 41종을 대상으로 열량 대비 17가지 필수 영양소 제공 수준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물냉이는 100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배추, 근대, 비트 잎, 시금치보다 높은 수치다. CDC는 해당 순위를 매년 갱신하지는 않지만, 이후 관련 보도와 분석에서 물냉이는 줄곧 최상위 채소로 언급되고 있다.

 

 

연구진은 물냉이의 높은 점수 배경으로 낮은 열량과 높은 미량영양소 밀도를 꼽았다. 생 물냉이 1컵은 약 4칼로리에 불과하지만, 비타민 K 일일 권장량의 100퍼센트를 넘게 제공하며 비타민 C와 비타민 A도 상당량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특성은 뼈 건강, 면역 기능, 시력 유지와 연관된 영양소 섭취에 기여한다.

 

그럼에도 물냉이는 시금치나 양배추, 브로콜리처럼 대중적인 채소 반열에는 오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특정 채소의 문제가 아니라, 식단 다양성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분석한다.

 

CDC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 가운데 채소 권장 섭취량을 충족하는 비율은 10명 중 1명 수준에 그친다. 섭취량을 충족하더라도 소비되는 채소의 종류는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유엔과 연계된 2023년 글로벌 영양 리뷰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과일과 채소 섭취가 권장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영양학계에서는 ‘가장 건강한 채소’보다 ‘얼마나 다양한 식물을 섭취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장내미생물 연구 프로젝트인 ‘아메리칸 거트 프로젝트’에 따르면, 일주일에 30종 이상의 식물성 식품을 섭취한 사람들은 10종 이하를 섭취한 사람들보다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암연구기금(WCRF) 연구진은 다양한 식물성 식품 섭취가 대사 건강과 면역 조절, 단쇄지방산 생성과 연관돼 질병 위험 감소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식물 다양성이 높은 식단을 유지한 집단은 미생물 대사 산물 구성에서도 차이를 보였으며, 항생제 내성 유전자도 더 적은 것으로 보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단의 폭이 넓어지지 않는 이유로는 습관과 접근성이 지목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에 따르면 성인은 하루 평균 8종의 식물성 식품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곡물과 향신료, 식용유도 포함돼 있어 채소 종류 자체는 더 적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농무부와 연계된 연구에서도 가격, 조리 편의성, 익숙한 식습관이 채소 다양성 확대의 주요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물냉이는 특유의 쌉싸름하고 매운 풍미, 부드러운 질감으로 인해 조리법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는 접근 장벽이 더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양 전문가들은 식단 다양성이 반드시 급격한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허브와 향신료, 콩류, 견과류, 씨앗, 통곡물도 모두 식물성 식품 다양성에 포함되기 때문에 실천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물냉이의 사례는 소수의 익숙한 채소에 의존하는 식생활이 얼마나 많은 영양 잠재력을 놓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특정 식품 하나를 최적화하기보다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섬유질과 미량영양소 섭취, 장기적인 건강 관리에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과일과 채소 섬유질 섭취량을 비교한 연구에서 과일 섬유질 섭취가 가장 높은 여성은 유방암 위험이 12퍼센트 낮았고, 채소 섬유질 섭취가 가장 높은 경우도 11퍼센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양 전문가들은 물냉이의 활용법으로 주 3~4회, 1컵 정도를 식단에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사과의 단맛이나 견과류의 고소함과 조합하면 풍미의 균형을 맞출 수 있으며, 발사믹 식초나 레몬즙을 더하면 특유의 향을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민영 기자 min@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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