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해조류가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식재료다. 그러나 크림치즈나 스프레드와 같은 가공식품 원료로 활용될 경우, 특유의 해양 향과 질감이 제품 완성도를 제한하는 요소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한계를 발효 공정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이번 연구는 미래 식품 분야 국제 학술지 Future Foods에 실렸다. 연구진은 해조류를 발효했을 때 맛과 향, 식감, 소비자 수용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하며, 해조류 활용 범위를 가공식품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폈다.
연구 대상은 다시마과 갈조류 일종인 알라리아 에스쿨렌타(Alaria esculenta)였다. 연구진은 이 해조류를 젖산균으로 발효한 뒤 크림치즈 스프레드와 바오밥 스프레드 두 가지 식품에 적용해 관능적 특성을 비교했다.
연구는 덴마크 코펜하겐대(University of Copenhagen)식품과학과가 주도했다. 공동 책임연구자인 벤더 브레디(Wender Bredie) 교수는 발효가 해조류의 감각적 특성을 완화해 가공식품 원료로서 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무처리 해조류, 발효 해조류, 산 처리 해조류를 각각 10%와 15% 농도로 제품에 첨가해 비교했다. 그 결과 발효 해조류를 사용한 제품은 전반적으로 맛이 순해지고, 항구 냄새로 표현되는 강한 해양 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미 역시 보다 신선하고 균형 잡힌 특성을 보였다.
특히 크림치즈 스프레드에서 발효 효과가 두드러졌다. 발효 해조류를 첨가한 크림치즈는 크리미한 맛이 강화됐으며, 해조류 특유의 강한 향이 완화돼 기존 제품과의 조화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식감 측면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발효 해조류가 들어간 크림치즈는 구조가 더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형성돼, 묽은 느낌이 줄고 씹는 질감이 분명해진 것으로 인식됐다. 이는 해조류를 활용한 가공식품에서 품질 안정성을 높이는 요소로 해석된다.
소비자 평가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160명을 대상으로 한 관능 평가에서 발효 해조류가 포함된 크림치즈는 9점 만점에 평균 7.2점을 기록했다. 반면 무처리 해조류를 사용한 제품은 6.1점에 그쳤다. 비교적 높은 해조류 함량인 10% 조건에서도 발효 제품의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발효가 단순한 기술적 처리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맛과 식감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일부 참가자는 발효의 건강상 이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지만, 맛이 개선된 제품에 대해서는 높은 수용 의사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는 발효 기술이 영양 가치가 높은 해조류를 보다 다양한 식품군에 적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감각과학, 미생물학, 소비자 연구가 결합된 접근이 지속가능한 식품 개발과 식물성 식품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