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채로 끓이는 조리법 논란…게·바닷가재 통증 연구, 즉각 금지 요구

  • 등록 2025.12.30 09: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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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김민영 기자] 게와 바닷가재를 산 채로 끓이는 조리 방식에 대해 즉각적인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과학 연구를 통해 이들 갑각류가 통증과 불편을 실제로 인지한다는 근거가 제시되면서, 기존 조리 관행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갑각류의 통증 인식 여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최근 연구들은 단순한 반사 반응을 넘어선 신경학적 반응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전기 자극이나 산성 물질에 노출된 게와 바닷가재가 해당 부위를 만지거나 이후 위험을 회피하는 행동을 보였다는 관찰 결과가 누적돼 왔다.

 

이 같은 논의를 본격화한 연구는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수행됐다. 동물 생리학자인 린 스네던 박사는 “갑각류가 통증을 경험하고 이에 반응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확보된 만큼, 계속 소비를 전제로 한다면 고통을 최소화하는 도살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해안게를 대상으로 뇌 활동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박사과정 연구원 엘레프테리오스 카시오우라스가 주도한 이 실험에서는 식초 형태의 화학 자극이나 외부 압력을 가했을 때 뇌 활동이 증가하는 양상이 관측됐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연조직에 통증 수용체가 존재하며, 유해 자극이 뇌로 전달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자극의 종류에 따라 반응 양상도 달랐다. 물리적 압박에는 짧고 강한 뇌 신호가 나타난 반면, 화학적 자극에는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되는 반응이 기록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위험을 감지하고 회피하도록 설계된 통증 신호 체계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결과는 게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구진은 새우, 가재, 바닷가재 등 다수의 갑각류가 유사한 신경 구조를 지니고 있어 통증 신호를 뇌로 전달하고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시오우라스 연구원은 “모든 종을 개별적으로 시험하지 않더라도 구조적 유사성을 고려하면 통증 인식 체계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제도적 공백이다. 현재 유럽연합의 동물복지 법제에서 새우, 게, 바닷가재 등 갑각류는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산 채로 끓이는 조리 방식이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통증 인식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면서 이러한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이미 대응에 나섰다. 스위스는 2018년부터 갑각류를 끓이기 전 전기적 또는 기계적 방식으로 기절시키도록 의무화했다. 뉴질랜드와 호주 일부 지역에서는 소금 얼음 슬러리에 담가 신경 활동을 낮춘 뒤 조리하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영국 역시 2022년 ‘동물복지(감각)법’을 통해 게와 바닷가재를 감각 있는 존재로 공식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와 외식업계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급속 냉각이나 전기 기절 장치 등 비교적 빠르게 의식을 차단하는 방법이 이미 존재하는 만큼, 조리 과정에서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려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조리 방식에 대한 소비자의 질문과 요구는 공급망 전반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식문화 전반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갑각류가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된 이상, 조리와 유통 과정에서의 관행 역시 윤리적 기준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 결과는 학술지 바이올로지에 게재됐다.

김민영 기자 min@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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