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아직 암은 아니지만 향후 다발골수종으로 진행될 수 있는 전구 단계 질환에서 식습관이 질병 경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연구진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물성 식단이 질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할 가능성을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된 국제 공동 연구다. 연구에는 미국과 캐나다,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의 대학과 의료기관 연구진이 참여했다.
연구 대상은 단클론성 감마병증과 무증상 다발골수종 환자였다. 두 질환 모두 당장 치료가 필요한 암은 아니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발골수종으로 진행될 수 있어 정기적인 관찰과 관리가 요구되는 상태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식습관을 분석한 결과,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등 식물성 식품을 중심으로 식이섬유 섭취가 많은 경우 질병 진행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나타나는 경향을 확인했다.
식이섬유는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개선되면 전신 염증 반응이 줄어들고, 이는 면역 기능 안정화와도 연관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전구 단계 질환이 암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완화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일부 참가자에서는 대사 지표와 면역 반응과 관련된 수치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이번 연구에는 캐나다의 맥길대학교 연구진과 이탈리아 산 라파엘레 병원 및 대학 연구팀도 공동 참여했다. 연구진은 식단, 장 건강, 면역 반응을 함께 분석해 질병 경과와의 연관성을 살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식습관과 질병 진행 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식단만으로 질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의료진의 진료와 관찰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고섬유질 식물성 식단이 전구 단계 환자의 건강 관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초기 근거”라며 “향후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를 통해 효과와 기전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