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귬, 미쉐린이 주목한 아시아 비건 레스토랑

  • 등록 2026.01.07 02: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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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서울 신사동의 비건 레스토랑 레귬(LEGUME)이 2025년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받으며 아시아 최초의 미쉐린 스타 비건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국내 외식 시장에서 비건 파인다이닝이 아직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번 선정은 한국 비건 미식의 변화 흐름을 보여주는 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레귬은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스와니예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헤드 셰프를 지낸 성시우 셰프의 첫 오너 셰프 레스토랑이다. 팬데믹이 이어지던 2023년 봄 문을 연 이곳은, 육류 중심의 파인다이닝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 미식 환경에서 비건 코스 요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개업 초기부터 이례적인 시도로 평가됐다.

 

성 셰프가 비건 요리에 주목하게 된 배경에는 식이 제한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가족 중 육류와 유제품 섭취가 어려운 상황을 겪으며, 외식 과정에서 특정 식단을 선택한 이들이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현실을 문제로 인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레귬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식단의 차이와 관계없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식탁을 지향하는 방향에서 출발했다.

 

국내 비건 외식 문화는 그동안 사찰 음식이나 소규모 캐주얼 식당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전문 셰프가 이끄는 파인다이닝 형태의 비건 레스토랑은 드물었고, 고급 외식 시장에서는 선택지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레귬의 미쉐린 선정은 비건 요리가 파인다이닝의 평가 기준 안으로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변화로 읽힌다.

 

본지는 지난 2023년 7월 6일, 레귬이 제로웨이스트와 식물성 요리를 결합한 비건 레스토랑으로 문을 연 당시의 모습을 보도한 바 있다.

 

미쉐린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가운데 채식 메뉴를 일부 운영하는 곳은 적지 않지만, 비건 요리만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은 전 세계적으로 9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귬은 해외 경력 없이 국내에서 활동해 온 성시우 셰프가 문을 연 지 1년 10개월 만에 미쉐린 스타를 받은 기록으로 남았다.

 

전 세계적으로 미쉐린 스타 비건 레스토랑은 대부분 미국과 서유럽에 집중돼 있다. 레귬은 이 흐름 속에서 아시아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미쉐린 가이드는 재료의 품질, 조리 완성도, 셰프의 개성, 일관성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데, 레귬은 육류나 해산물 없이 이러한 기준을 충족한 점이 특징이다.

 

레귬의 요리는 채소와 곡물, 견과류 등 식물성 재료의 조합과 구조에 집중한다. 익숙한 채소를 계절에 맞게 변주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식재료를 접목해 풍미의 폭을 넓힌다. 곡물을 찌거나 튀기는 등 조리 방식을 달리해 식감을 대비시키고, 발효와 숙성을 통해 맛의 밀도를 조절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대표 메뉴로는 제철 고사리를 곁들인 뇨끼와, 표면을 카라멜라이즈해 스모키한 향을 더한 버섯 요리 등이 있다. 이러한 구성은 비건 요리를 담백하고 가벼운 음식으로 인식해 온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파인다이닝에 요구되는 풍미와 구조를 구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지속 가능성 역시 레귬을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다. 지역 농가에서 공급받은 식재료를 활용하고,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기 쉬운 채소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음식물 낭비를 줄이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조리 과정에서는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레시피를 적용하고, 일부 식기와 소품에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활용하는 등 운영 전반에서 환경 부담을 낮추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레귬을 찾는 방문객의 구성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채식이나 비건 식단을 실천하는 이들뿐 아니라, 새로운 미식 경험을 기대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비건이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음식의 완성도로 접근 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했고, 이후 점차 비건 파인다이닝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는 방향으로 확장해 왔다.

 

미쉐린 스타 선정 이후 레귬은 고기 없는 파인다이닝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 이는 단일 레스토랑의 성과를 넘어, 한국 비건 외식이 특정 소비층의 선택지를 넘어 미식 문화의 한 축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건강과 환경,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건 미식에 대한 논의 역시 점진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레귬은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한국 비건 외식 환경에서, 파인다이닝이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을 보여준다.

최유리 기자 yuri@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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