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기준은 높아졌지만…현장은 여전히 ‘속도 차’

  • 등록 2026.01.14 12: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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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유실 줄었지만 부담 여전…집행력과 비용이 관건
제도 전진, 현장 부담은 여전

 

[비건뉴스=이지현 동물복지전문기자] 동물복지 정책은 분명 ‘기준 상향’의 흐름를 이어가고 있다.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매년 10월 4일이 동물보호의 날로 지정됐고, 학대 피해 동물 보호조치 과정에 의견 청취 절차를 두는 등 제도적 장치도 보완됐다. 실험동물 기증·분양 실태조사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 역시 포함되며 관리 체계의 틀이 정비됐다.

 

반려동물 분야의 공적 통계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2024년 정부 조사에서는 반려견·반려묘 수와 관련 영업장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2024년 전국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유기·유실 동물은 10만6824마리로 파악됐다. 전반적인 감소 흐름이 확인되더라도, 절대 규모만 놓고 보면 보호·치료·관리 전반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는 수준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축산 분야에서는 사육환경의 ‘최소 기준’을 손보는 방식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산란계 케이지 사육면적 확대 기준이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시설 전환을 위한 유예 기간과 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준 조정이 현장 전반의 구조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과 현장 사이의 간극은 집행 과정에서 더 분명해진다. 반려동물 보호는 지자체 보호센터의 수용·치료 역량과 민간 보호시설 운영 여건에 따라 결과 편차가 크다. 유기·유실 입소 수가 줄어들더라도 치료비와 인력·시설 운영 비용이 함께 증가하면, 현장의 체감 부담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축산 분야 역시 인증 확대가 유통·소비 단계에서 실질적인 선택과 가격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전환 동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는 “법과 기준은 계속 강화되고 있지만, 보호시설 인력과 예산, 사육환경 개선에 필요한 지원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며 “동물복지는 선언이나 기준 설정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집행 구조와 지속 가능한 재정 뒷받침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기·유실 동물 수가 감소세를 보이더라도 보호 단가와 치료 부담이 동시에 늘고 있는 현실을 정책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자체 보호센터와 민간 보호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없이는 실질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동물복지 정책은 이미 여러 차례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준을 얼마나 더 높이느냐가 아니라, 그 기준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일이다. 숫자가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부담이 해소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만큼, 제도와 현장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구체적인 집행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지현 동물복지전문기자 jhlee@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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