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이용학 기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부터 본격 단계로 전환되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탄소 데이터 관리와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CBAM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보고 의무 중심의 과도기를 운영해 왔고, 2026년부터는 본격 제도로 적용된다는 점을 EU 집행당국이 공식 안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 의무화 시기는 확정된 바 없습니다”라는 보도설명 자료를 내고, 의무화 도입 시점을 ‘26년 이후로 연기하되 구체 시기는 추후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의무화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수출 시장에서 요구하는 공시·탄소 정보 제출 압박이 먼저 현실화되는 구조다. 특히 CBAM 대상 품목을 취급하는 업종은 제품별 내재배출량 산정, 공급망 데이터 수집, 검증 체계 구축을 선제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조달’이 공시 대응의 실무 과제로 부상한다. 국제 RE100 참여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에서 PPA 활용 비중이 2022년 기준 31%를 넘는 반면, 한국은 약 20.2% 수준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국내 제도 여건과 조달 비용 구조가 경쟁력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직접전력구매계약(PPA) 등 조달 옵션이 존재하더라도, 업종·사업장 단위의 계약 구조, 계통·정산 조건, 장기 가격 리스크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기업 부담으로 남는다. 전력시장 운영기관인 한국전력거래소도 2023~2024년 직접PPA 참여 산업군과 거래현황 데이터를 별도 항목으로 공개하며, 시장 형성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녹색금융’이 전환 투자 재원의 한 축으로 거론되지만, 글로벌 시장은 엇갈린 신호를 보이고 있다. 기후채권이니셔티브(Climate Bonds Initiative)는 2024년 녹색채권(정렬 기준) 발행 규모가 6717억달러에 이르렀고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보고서는 “In 2024, aligned annual volume reached USD671.7bn”라고 밝혔다.
반면 2025년에는 규제 불확실성과 거시 여건 영향으로, 글로벌 녹색채권 발행이 전년 대비 약 32% 줄었다는 집계가 나오기도 했다. 같은 기간 라벨 채권(지속가능채권 포함) 발행도 약 25% 감소해 4400억달러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발행 시장의 ‘속도 조절’ 가능성이 함께 거론된다.
수출 현장에서는 두 갈래 대응이 병행되는 분위기다. 하나는 CBAM 대응을 위해 제품별 배출계수, 원료·공정 데이터, 외부 검증 절차를 표준화하는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재생에너지 조달(직접PPA, 제3자 PPA, 인증서 조달 등)을 늘려 공시·고객사 요구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다만 데이터 산정 경계(스코프 1·2·3), 협력사 제공 정보의 신뢰성, 비용 전가 구조를 두고 기업 간 이해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은 남는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규제 체크리스트’보다 ‘데이터 운영체계’가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CBAM 보고 체계와 지속가능성 공시의 공통분모가 결국 배출량·전력 사용·공급망 정보의 정합성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의무화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준비를 늦추기보다는, 수출 시장에서 먼저 요구하는 항목부터 우선순위를 세워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접근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