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국내 비건 시장의 관심사가 식단 선택 자체보다 가격과 유통, 제도 기반을 갖춘 일상형 소비 확대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와 정책 흐름을 보면 비건 시장은 개별 유행을 넘어 식품산업의 한 축으로 편입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시행됐고, 이를 계기로 사업자 신고제와 규제 개선 신청제 등 산업 지원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정책 인식의 흐름도 앞서 형성돼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청년 인턴십 공고에서 식물기반식품을 푸드테크 10대 분야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식물성 식품이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정책 지원 대상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구개발 투자도 확대됐다. 농식품부는 2026년도 연구개발사업에 총 2348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12개 사업 456억원 규모의 신규 과제를 공고했다. 정부는 그린바이오 소재와 미래식품 경쟁력 확보를 주요 투자 방향으로 제시했다.
국내 소비 저변도 완만하게 넓어지는 흐름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 식물성 대체식품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비율은 14% 수준으로 제시됐다. 대체식품 시장 규모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비건 소비가 일부 관심층을 넘어 유통 현장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식물성 간편식과 대체식품 진열이 확대되는 등 유통 현장에서도 비건 소비 접점을 넓히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여건은 기회와 한계를 함께 보여준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식품산업 규모는 2023년 368조3760억원으로 전년보다 6.29% 늘었다. 유통을 포함한 전체 식품산업 규모도 762조8250억원으로 5.15% 증가했다. 시장 외형이 커지는 만큼 식물성 식품과 대체 단백질의 유통 저변도 넓어질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시장 확대가 곧바로 소비 확대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24년 발표한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 보고서에서 2022년 기준 전 세계 28억2600만명이 경제적 이유로 건강한 식단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치 소비를 내세운 비건 시장도 결국 가격 부담과 구매 접근성을 함께 해결해야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접근성이 핵심 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비건 시장의 확산은 가치 소비를 넘어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접근성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올해 비건 시장의 경쟁력은 신제품 수보다 얼마나 쉽게 접하고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제도 기반은 갖춰지고 있지만, 소비 현장에서는 가격 안정성과 유통 채널 확대, 익숙한 메뉴 설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시장이 한 단계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