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승용 전환된 퇴역 경주마 156두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말복지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요구가 커지고 있다.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은 제주도청과 함께 현장을 확인한 결과, 한국마사회 말 이력제 시스템상 제주 한 목장에 보유된 것으로 등록된 퇴역 경주마 156두가 실제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를 단순 행정 오류가 아니라 소재지 미신고와 생사 미확인, 폐사 은폐 가능성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쟁점은 기록과 현장의 불일치다. 말 이력제에는 해당 목장이 승용 전환된 퇴역 경주마 다수의 소재지로 등록돼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경주마 생산용 말들만 사육되고 있었고 등록상 존재해야 할 퇴역 경주마 156두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단체 설명이다. 다만 불법 매립 여부는 현재 시민단체가 제기한 가능성 단계로, 수사기관이나 행정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제 제기는 지난 4월 초 불거진 퇴역 경주마 통계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 제주비건과 녹색당, 동물정책플랫폼은 지난 2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한국마사회의 퇴역 경주마 승용 전환율 통계가 실제 관리 실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3년간 퇴역 신고 말 3523두를 추적 분석한 결과 실제 승마장으로 이동한 비율은 약 20%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종 의혹 규모도 적지 않다. 제주비건이 분석한 2020년부터 2024년까지의 퇴역경주마 거래 자료를 보면 전체 퇴역마 6517두 가운데 5565두가 민간으로 이동했고, 이 가운데 생사 확인이 되지 않거나 추적이 끊긴 뒤 행정적으로 ‘현행화 폐사’ 처리된 개체는 1354두로 집계됐다. 단체는 이를 거래된 퇴역마의 24.3% 수준으로 보고 있다. ‘현행화 폐사’는 백신 접종 기록이나 실태조사 과정에서 장기간 개체 확인이 되지 않을 경우 시스템상 폐사로 정리하는 행정 조치로 소개됐다.
정부도 말복지 사각지대 해소 필요성은 공식적으로 인정한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4월 발표한 ‘말 복지 제고 대책(2025~2029)’에서 말 의무 등록제 강화, 말 보호모니터링센터 운영, 말산업 실태조사 보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퇴역 경주마의 승용 전환 지원도 대책에 포함됐지만, 현장 확인과 이력 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통계 지표만으로는 실제 복지 수준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의혹은 퇴역 이후의 말이 어디에서 어떤 상태로 관리되는지 공적으로 추적하는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 묻는 문제이기도 하다. 시민단체들은 전수조사와 이동 경로 추적, 폐사 처리 기준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 지역 말산업이 산업 육성뿐 아니라 동물복지와 환경 관리 기준까지 함께 충족할 수 있을지가 후속 조사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