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유럽에서 배양육과 대체 단백질 제품의 확산을 위해서는 소비자 인식과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럽연합(EU) 산하 식품혁신기구인 EIT 푸드 소비자 관측소(EIT Food Consumer Observatory)는 최근 두 건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 대체육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산업계의 접근 방식에 대해 제언했다.
해당 보고서는 각각 '단백질의 재구상: 소비자의 배양육 인식(Reimagining Protein: Consumer Perceptions of Cultivated Meat)'과 '고기 이상의 의미: 유럽에서의 고기 및 지속가능한 대안에 대한 문화적 인식(More than Meat: Unpacking Cultural Perceptions of Meat and Sustainable Alternatives in Europe)'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고기를 자연스럽고 익숙한 식품으로 인식하는 반면, 배양육이나 식물성 대체육은 인공적이고 낯선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에 따라 대체 단백질 제품이 유럽 시장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문화적 정체성과 식품에 대한 가치관을 고려한 포지셔닝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EIT 푸드의 공공 인사이트 및 참여 디렉터인 소피아 쿤(Sofia Kuhn)은 “배양육은 전통적인 음식과 자연에 대한 관념에 도전하는 개념”이라며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우려하며, 어떤 가치에 따라 식품을 선택하는지를 면밀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기 이상의 의미' 보고서는 유럽 17개국의 소비 문화를 세미오틱 분석과 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분석한 최초의 시도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고기가 단순한 단백질원이 아닌 ‘전통’, ‘정체성’, ‘공동체’의 상징으로 작용하며, 이 같은 정서적 의미가 대체육 제품의 수용에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배양육이나 식물성 단백질 제품은 고기의 대체물이 아닌, 윤리적이고 건강하며 공동체적 가치를 지닌 ‘사려 깊은 혁신’으로 포지셔닝돼야 한다. 또한 지나치게 기술 중심적인 홍보보다는, 제품의 건강성, 투명성, 풍미 등을 강조하며 ‘절제된 언어’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제언도 덧붙였다.
클라우스 G. 그루너트(Klaus G. Grunert) 오르후스대학교 마케팅학 교수이자 EIT 푸드 소비자 관측소 책임자는 “식습관은 특정 지역의 전통과 사회적 규범, 정체성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며 “지속가능한 대체 단백질이 유럽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고기가 각 지역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부터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배양육 및 대체육 산업이 기술과 지속가능성을 넘어, ‘문화적 공감’이라는 관점을 중심에 둘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유럽처럼 다양한 전통과 가치가 공존하는 지역에서는,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문화 기반 전략이 제품 확산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