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식단에 포함된 요리를 그대로 두고 순서만 조정해도 탄소 발자국과 포화지방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은 대학 기숙사 학생들의 주간 메뉴를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평균 30% 이상의 탄소 배출 저감과 포화지방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이 단순한 메뉴 배치 조정만으로도 건강과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연구진은 요리법이나 재료를 변경하지 않고, 메뉴에 나열되는 순서만 바꿔도 소비자 선택이 달라지며 그 결과 탄소 발자국과 포화지방 섭취가 동시에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약 3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4주간 진행됐다. 하루 세 가지 메뉴, 주 15개 요리로 구성된 기본 식단을 마련한 뒤, 이를 수학적 최적화 과정을 거쳐 다양한 조합으로 재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매일 최소 한 가지의 비건 메뉴를 포함해 총 11만 3천여 가지 배치가 가능했다. 연구의 목표는 주간 식단 전체의 탄소 배출과 포화지방 섭취량을 동시에 줄이는 것이었다.
그 결과 메뉴 순서만 바꾼 단순한 조치로도 평균적으로 탄소 발자국은 30.7% 감소했고, 포화지방 섭취 역시 6.3% 줄었다. 일부 주간 식단에서는 탄소 배출이 31.4%, 포화지방이 11.3%까지 줄어든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학생들의 만족도는 메뉴 변경 전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많은 학생들이 변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기 메뉴인 치킨 키예프나 라자냐 등을 특정 요일에 몰아 배치하고, 다른 날에는 렌틸 칠리나 콜리플라워 카레 같은 더 지속가능한 요리를 배치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로써 학생들이 무심코 선택하는 메뉴가 바뀌면서 건강과 환경적 이익이 동시에 확보된 것이다. 즉, 식단의 요리 자체는 그대로 두고 순서만 조정했을 뿐인데도 큰 변화를 끌어낸 셈이다.
이 연구는 학교, 병원, 요양원 등 다양한 급식 환경에도 손쉽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조리 체계나 재료를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과 노동력 부담이 적고, 다른 지속가능성 전략과 함께 병행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이번 접근법을 바탕으로 물과 토지 사용, 나트륨과 당 섭취량 같은 추가적인 환경·영양 문제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분석 과정에서는 식이섬유 섭취를 최대 69.2% 늘리고, 부영양화 잠재력을 31.7% 줄이는 가능성도 확인됐다.
브리스톨대 연구팀은 앞으로 장기간에 걸친 효과 검증과 다양한 환경에서의 실험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메뉴 설계가 대규모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에 동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며, 지속가능한 식습관 형성을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