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하루 7~8잔의 커피, 차, 물 섭취가 장수와 연관이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를 활용해 18만 명이 넘는 성인을 분석한 이번 연구는 단순히 물을 많이 마시는 것뿐 아니라, 커피와 차를 일정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영양학저널(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하루 총 음료 섭취량이 7~8잔인 사람들은 하루 4잔 미만을 마시는 사람들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28% 낮았다. 특히 커피와 차를 각각 약 2대3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모든 원인별 사망 위험은 물론 암,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소화기 질환 등 다양한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조합이 가장 보호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커피와 차를 균형 있게 섭취한 그룹은 전체 사망 위험이 45% 낮았으며, 암 사망 위험은 41%,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은 31% 줄었다. 또한 호흡기 질환 사망 위험은 무려 72% 감소했고, 소화기 질환 사망 위험도 65% 낮아졌다. 연구진은 “음료의 총량뿐 아니라 어떤 음료를 어떤 비율로 섭취하는지가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루 9잔을 초과할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 결과, 총 섭취량이 과도하게 많을 때 물 대신 커피나 차를 마시면 오히려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적정 섭취량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연구진은 조언했다.
물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자원이지만, 커피와 차 역시 풍미와 생리활성 성분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소비되는 음료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적정량의 커피와 차 섭취가 사망률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번 연구는 특히 ‘구성 자료 분석(compositional data analysis)’이라는 방식을 활용해 음료 간 대체 효과까지 정밀하게 살펴본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예를 들어 하루 수분 섭취가 충분히 이뤄진 상태에서 물 대신 커피나 차를 일부 대체했을 때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한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기존 연구가 갖고 있던 한계를 보완한다. 대부분의 기존 연구는 커피나 차 섭취량만을 비교하는 방식이어서, 그 음료가 무엇을 대체했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즉 커피 한 잔이 설탕이 들어간 탄산음료를 대신했을 경우와 물을 대신했을 경우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바로 이러한 변수까지 포함시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침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결과가 관찰 연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으며, 참여자들이 스스로 기록한 식이 자료에 의존했다는 점, 음료를 설탕이나 우유와 함께 섭취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커피와 차를 적정량 섭취하는 것은 단순한 기호 차원을 넘어 건강과 직결될 수 있는 생활습관”이라며 “하루 7~8잔의 수분 섭취를 충족한 뒤 커피와 차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물·커피·차라는 세 가지 주요 음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비교한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구체적인 섭취량과 최적의 조합을 제시함으로써, 혼란스러웠던 음료 섭취 지침에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학계와 보건 당국, 그리고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