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식탁이 지구 반대편 멸종을 부른다…‘커피 한 잔, 소고기 한 점’의 숨은 대가

  • 등록 2025.10.15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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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커피와 초콜릿, 그리고 소고기 한 점이 지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발표된 연구는 일상적인 식품 소비가 세계 곳곳의 멸종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줬다. 연구진은 새롭게 개발한 ‘LIFE’ 지표를 통해 식품별 생물다양성 손실 정도를 평가했으며, 특히 육류와 열대 작물의 생산이 지구적 차원의 멸종 위험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식품 생산 및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140종의 식품이 생물종 멸종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연구진은 ‘LIFE(Land-cover change Impacts on Future Extinctions)’라는 고해상도 생물다양성 지표를 활용해, 농업용지로 인한 서식지 손실이 3만여 종의 육상 척추동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식품 1kg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멸종 기회비용은 식품 종류에 따라 최대 1000배까지 차이가 났다.

 

가장 두드러진 결과는 반추류 고기(소·양 등)였다. 이들 육류는 곡물보다 약 340배 높은 멸종 위험을 유발했으며, 단백질 함량을 기준으로 비교해도 대두나 콩류보다 100배 이상 높은 영향을 보였다. 커피·코코아·차와 같은 열대 지역 작물 역시 높은 멸종 부담을 안고 있었다. 특히 남미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재배된 커피는 동남아시아산보다 생물다양성 피해가 약 10배 더 컸다. 이는 단순히 작물 종류뿐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느냐가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국가별로는 식량 자급률과 무역 구조에 따라 생물다양성 손실의 양상이 극명하게 갈렸다. 영국은 식품 소비로 인한 생물다양성 피해의 95%, 일본은 98%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즉, 이들 국가는 ‘멸종을 수입’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브라질(98%)과 인도(96%)는 대부분의 영향이 자국 내에서 나타났고, 미국은 약 90%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흥미롭게도 인도처럼 상당수 인구가 채식 중심 식단을 유지하는 나라에서도 양·염소 등 반추류 고기가 전체 멸종 영향의 40%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식단의 변화는 멸종 위기 완화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서구형 식단에서 반추류 고기 소비를 4%에서 1%로 줄이면 개인의 식단으로 인한 멸종 위험이 약 7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식 또는 비건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그 영향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식단 전환이 50% 이상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모든 식품군을 포함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산물, 팜유, 설탕 등은 데이터 한계로 제외됐으며, 농업의 집약도나 곤충·식물에 대한 영향도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LIFE’ 지표는 추가 생산 단위의 변화를 측정하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전 세계 총합으로 확대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우리의 식습관이 세계 멸종 위기와 직결돼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연구진은 무분별한 정책 해석을 경계하며, “국내 농업 생산량을 무리하게 줄이거나 저수확 체계로 전환할 경우, 오히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에서 더 많은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속가능한 식단 선택과 책임 있는 무역 구조 없이는, 인류가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이다. 커피 한 잔, 초콜릿 한 조각, 소고기 한 점이 누군가의 식탁 위로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있는지를 돌아볼 때다.

최유리 기자 yuri@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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