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에 우리나라 근현대 인물화의 대가 이당(以堂) 김은호(1892~1979)의 ‘어옹(漁翁)’이 출품됐다. 종이에 수묵담채로 그린 이 작품은 노년의 어부가 낚싯대를 드리운 채 물가에 선 모습을 담은 인물화로, 김은호 특유의 섬세한 필치와 절제된 색감이 돋보인다.
이당 김은호는 근·현대 화단에서 미인도와 신선도 등 인물화를 통해 화미한 색채와 세련된 기법의 정수를 보여준 작가다. 스승 심전 안중식으로부터 받은 아호 ‘이당(以堂)’의 ‘이(以)’는 주역의 24괘 중 첫 자를 딴 것으로, ‘모든 면에서 으뜸’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김은호는 북종화법의 전통을 기반으로 시대적 감각과 자신만의 필법을 조화시킨 유일한 거봉(巨峯)으로 평가된다.
1942년 평론가 윤희순은 “이당은 상(想)의 인(人)이 아니다. 기(技)의 인(人)이다. 기(技)에서 이루어진 품(品)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순수한 회화의 인(人)이다. …이당은 심전·소림 이후의 기법인으로 최고봉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이는 김은호의 예술세계가 뛰어난 기교를 바탕으로 고도의 품격으로 승화된 경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어옹’은 세로 132.3cm, 가로 36.5cm 크기로, 화면 상단에는 작가의 제명과 낙관이 뚜렷하다. 여백의 미를 살린 구성과 부드러운 붓놀림, 은은한 담채의 농담이 조화를 이루며, 인물의 표정과 동세에서 고요한 사색의 순간이 전해진다. 인물의 옷 주름과 모포의 질감 묘사에서는 김은호 인물화의 완숙한 경지가 드러난다.
이당은 87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70여 년 동안 창작과 제자 양성에 헌신했다. 1937년 창립된 후소회(後素會)를 통해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으며, 향당 백윤문, 월전 장우성, 운보 김기창, 규당 한유동, 현초 이유태, 취당 장덕, 심원 조중현 등 한국 화단의 중추를 이룬 인물들이 그의 제자들이다. 후소회는 회화전과 공모전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한국화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이번에 출품된 ‘어옹’은 김은호의 중기 회화 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사색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서울옥션에 따르면 이 작품의 추정가는 200만 원에서 400만 원, 시작가는 200만 원이며 현재가는 200만 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경매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순차적으로 마감될 예정이다.
‘어옹’은 이당의 인물화 중에서도 절제된 수묵의 운필과 정제된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한국 근대 회화사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사유한 고전적 정취의 대표작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