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유럽연합(EU)이 ‘베지 버거’나 ‘두유 소시지’ 등 식물성 식품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독일 소비자 대상 조사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가 제품 구분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조사 플랫폼 아피니오(Appinio)가 지난 10월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95%가 1초간 포장지를 본 후에도 육류 제품과 식물성 대체육을 정확히 구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구매 과정에서는 약 3분의 1이 잘못된 제품을 집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일부는 채식인이 육류 제품을, 또 일부는 육식 소비자가 식물성 제품을 구매한 경우였다. 이는 명칭보다 진열 구조가 혼동의 원인임을 시사한다.
조사에 따르면, 포장이나 명칭보다 진열 위치가 인식 혼동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육류와 대체육이 같은 코너에 배치될 경우 혼동이 발생하며,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소비자 인식이 개선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많은 응답자는 이번 논의가 “상징적 정치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보다 시급한 사회 문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연령과 지역, 식습관에 따라 의견 차이도 뚜렷했다. 비건과 채식인은 명칭 금지에 반대하는 경향이 높았으며, 육식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찬성 비율이 높았다. 특히 대도시 거주자와 젊은 층에서 반대 의견이 강한 반면, 농촌 지역과 고령층에서는 찬성이 많았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남성은 전반적으로 규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여성은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식습관, 세대, 성별, 거주 환경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한편, 만약 EU가 금지 규정을 시행할 경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체 명칭으로는 ‘브루스트(Wurst)’를 변형한 ‘부르스트(Vurst)’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그러나 응답자의 약 75%는 대체 명칭에 관심이 없거나 제안을 하지 않았다. 이는 이름 논란이 일상 소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아피니오가 독일 전역의 120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성별·연령·지역별로 인구 비율을 반영해 설계됐다. 참여자들은 1초간 서로 다른 육류 및 대체육 포장지를 보고 즉각적으로 제품 유형을 구분하도록 하는 ‘플래시 테스트’에 참여했다.
조사에서는 실제 구매 습관, EU 명칭 금지안에 대한 의견, 대체 명칭 제안 등도 함께 다뤘으며, 개방형 질문을 통해 소비자 인식의 세부적 맥락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제품명보다는 진열 방식과 정보 제공이 소비자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