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정 기자] 질병관리청의 ‘국가손상종합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사고 및 재난으로 인한 손상 환자는 297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교통사고 비중은 32.4%에 달했다. 특히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경미한 사고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치료를 미루는 사례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교통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 충격은 사고 직후보다 시간이 지난 후 다양한 형태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별다른 통증이 없어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내 목, 허리, 어깨 통증부터 두통, 어지러움, 손발 저림 등 신경계 이상 증상까지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교통사고 당시 긴장된 상태로 인해 통증을 즉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아드레날린의 영향으로 이상 유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사고 후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증상의 원인을 ‘어혈(瘀血)’에서 찾는다. 어혈은 외부 충격으로 인해 혈액의 흐름이 정체되거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사고로 인해 체내에 어혈이 쌓이게 되면 해당 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통증이 점차 심화되며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 이러한 후유증은 방치하면 만성화되기 쉽고, 나아가 신체 균형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후유증이 단순히 신체 통증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면증, 만성 피로, 소화 장애, 집중력 저하, 불안감 등의 정신적 증상으로까지 확대되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교통사고 후 통증이 없더라도 몸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적 치료는 이러한 교통사고 후유증 관리에 있어 통증 완화는 물론, 신체의 균형 회복과 정신적 안정까지 종합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침 치료는 기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통증을 줄이고, 부항 치료는 피부 표면에서 어혈을 배출해 혈류 순환을 돕는다. 뜸 치료는 근육 긴장과 혈류 저하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며, 약침과 한약 처방은 체질과 증상에 맞춰 어혈을 제거하고 몸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추나요법도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손이나 도구를 이용해 척추나 관절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사고로 인해 틀어진 척추 정렬을 바로잡고 신경 압박을 해소하며 전반적인 신체 회복을 유도한다. 이처럼 다양한 한방 치료는 개개인의 증상과 체질에 맞춰 적용되며, 몸의 흐름을 원활히 해주는 방향으로 구성돼 보다 근본적인 회복을 도울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한의학적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다양한 재활 관리 프로그램도 주목받고 있다. 교통사고 후 어혈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과 불균형은 단순한 약물이나 처방만으로는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생활 속 습관 교정과 함께 일상 회복을 위한 재활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혈 자극을 응용한 맞춤 스트레칭이나 한방 도수치료 프로그램, 온열 요법 등이 통증 완화와 회복 촉진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개개인의 체형과 증상에 맞춘 수기요법은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틀어진 신체 정렬을 교정 해 보다 안정된 회복 과정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다양한 치료법을 종합적으로 적용하면 교통사고 후유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치료들이 단발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몇 차례의 치료로 끝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꾸준히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사고 직후부터 3개월은 ‘골든타임’으로 불리며, 이 시기에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후유증의 만성화를 막고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일부 환자는 사고 후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어 치료를 미루기도 하지만, 이는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신체 외부보다 내부 장기의 기능 저하나 정신적 긴장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하게 드러나며, 이런 문제는 단순한 근육 통증과는 차원이 다른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단순한 육체적 회복을 넘어 삶의 질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정밀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대해 경희봄봄한의원 유도현 대표원장은 29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교통사고는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보다 내면의 손상이 더 큰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괜찮다고 느껴도 이후 어혈이 뭉치면서 전신 통증, 불면, 소화 장애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방에서는 기혈 순환과 어혈 제거를 중점으로 해 신체 회복뿐만 아니라 정신적 안정을 함께 도모하기 때문에, 사고 후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