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바이오테크 기업 체커스팟(Checkerspot)이 미세조류 발효를 통해 세계 최초로 완전히 생산한 고올레산 팜유 대체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달 국제 학술지 ‘발효(Fermentation)’에 게재됐으며, 지속 가능한 대체 오일 개발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체커스팟은 Prototheca moriformis라는 미세조류를 이용해 기존의 균주 개선 기법을 적용, 오일 수율과 조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생산된 오일은 고올레산 팜유와 매우 유사한 지방산 프로필을 가지고 있으며, 올레산 함량이 55% 이상, 팔미트산이 32%를 차지한다. 특히 이번 공정은 유전자 조작(GMO)을 사용하지 않고도 고성능 오일을 얻어낸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발효 공정은 실험실 규모를 넘어 산업적 확장 가능성도 입증했다. 체커스팟은 리터당 최대 145g의 오일 농도와 건조 세포 중량 대비 약 70%에 해당하는 높은 오일 함량을 달성했다. 이를 통해 식품, 영양, 퍼스널 케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고올레산 팜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솔루션이 마련됐다.

팜유 산업은 오랜 기간 동안 심각한 환경 및 윤리적 문제를 야기해왔다. 대규모 플랜테이션 조성을 위한 산림 파괴는 서식지 파괴, 생물다양성 감소,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노동 착취 문제까지 불거졌다.
체커스팟의 이번 개발은 이러한 기존 팜유 생산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농업 기반 생산을 우회함으로써 토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깨끗하며 일관된 품질의 오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체커스팟은 작년 스웨덴의 식품·지방 전문 기업 AAK와 협력해 정밀 발효 기술을 통한 조류 오일의 상업 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체 모유 지방 구조를 모방한 대체 지방 생산에도 성공하는 등 바이오 기반 오일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체커스팟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과학 책임자(Chief Scientific Officer)인 스콧 프랭클린(Scott Franklin)은 "미세조류 발효를 활용해 기존 오일 생산의 환경적 문제와 공급망 취약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확장 가능한 솔루션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성과가 국내 생산을 통한 식물성 오일의 지속 가능성과 성능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체커스팟의 비전을 잘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환경과 윤리 문제를 동시에 고려한 기술적 진보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 체커스팟의 이번 혁신은 지속 가능한 산업 전환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