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치는 치아 표면의 법랑질이 산성 환경에 의해 부식되며 시작되는데, 대부분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쉽게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충치는 자연 치유가 불가능한 진행성 질환으로, 발견 시점에 따라 치료 방법과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통증이 발생한 뒤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구강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치는 크게 네 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가장 표면적인 초기 단계는 법랑질의 탈회로 시작되며, 이 단계에서 발견되면 불소 도포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를 놓치고 상아질, 치수조직까지 침범하면 그때부터는 수복치료, 신경치료, 심지어 발치와 보철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치수까지 감염이 진행되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전신 증상까지 유발할 수 있어 빠른 대응이 필수다.
충치의 원인은 단순히 단 것을 많이 먹는 데 그치지 않는다. 치아 배열의 불균형, 타고난 에나멜 조직의 약화, 구강 내 세균 분포, 타액의 중화 능력, 그리고 평소의 칫솔질 습관과 식습관 등 복합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불규칙한 식사 습관이나 야식 후 양치 생략, 탄산음료와 과일 주스 같은 산성 음료의 잦은 섭취는 치아를 산화시키고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충치치료는 손상된 조직의 범위에 따라 레진, 인레이, 크라운 등의 다양한 보존적 수복술로 이뤄지며, 경우에 따라 신경치료까지 병행된다. 단순한 레진 수복은 1회 내원으로도 끝나는 경우가 있지만, 신경치료나 크라운이 필요한 경우 2~3회 이상 방문이 필요하다. 이처럼 치료 범위가 커질수록 치아의 구조는 더 약해지고, 수명 역시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충치치료가 늦어질 경우, 단순한 수복만으로 끝날 수 있었던 병증이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균이 잇몸과 혈관을 통해 체내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충치를 단순한 치아 문제로만 인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들은 종종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통증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충치는 신경까지 닿기 전까지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으며,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위치에 생긴 경우에는 전문가의 진단 없이는 발견조차 어렵다. 또한, 치료를 미루는 동안 감염은 주변 치아나 잇몸, 심지어 턱뼈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충치 예방의 핵심은 정기적인 검진과 올바른 구강 관리다.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치과를 방문해 검진과 스케일링을 받고, 충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부위에 대해서는 사전 코팅이나 실런트 처치를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영구치가 완전히 자리 잡는 시기인 만큼 보호자의 관심과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
치아는 한 번 손상되면 복구가 어렵고, 치료 이후에도 기능적·심미적 완전 회복이 쉽지 않다.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충치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관리 방법이다. 일상적인 불편함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점검과 예방적 조치만이 건강한 구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길임을 기억해야 한다. ( 송도 서울시카고치과병원 주성진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