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비둘기의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비둘기와 관련한 불편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개정되면서 비둘기에 먹이를 주는 행위가 금지됐다.
이와 관련해 동물보호단체는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비둘기를 굶겨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동물복지에 반하는 정책이라고 규탄했다.
20일 오후 1시 ‘승리와평화의 비둘기를 위한 시민모임’, ‘동물권단체 케어’, ‘한국동물보호연합’, ‘INAC’ 등 동물보호단체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둘기에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대신 ‘불임 먹이’를 촉구했다.
동물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마련된 야생생물법 개정안은 비둘기, 고라니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고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은 공포 1년 뒤인 2024년 12월 20일 이후 적용된다.
하지만 단체는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비둘기들을 굶겨 죽이는 것과 같으며 반(反)동물복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비둘기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도심 생태계의 일원이고, 우리 인간과 함께 공존하고 공생해야 하는 존재”라면서 “이번 야생생물법 개정안은 비둘기들 보고 굶어 죽으라는 소리와 같다”라고 우려했다.
단체에 따르면 비둘기 아사(餓死) 정책은 해외에서도 진행된 바 있으며 개체수 조절에 기여하지 못했다. 아울러 국내에서 진행됐던 길고양이 살처분 정책과도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이번 비둘기 아사(餓死) 살처분 법안이 예전의 길고양이 살처분과 매우 흡사해,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면서 “과거 길고양이를 살처분하는 방식이 개체수 조절에도 실패했지만, 동물학대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제는 길고양이 TNR(Trap, Newter, Return 안전포획, 중성화수술, 제자리 방사)정책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의 경우 1980년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각종 행사에 동원되기 위해 정부가 대량으로 수입해 국내에 들어왔고 그로인해 숫자가 급증하니, 유해조수로 지정한 사례라는 것이다.
또한 비둘기에 대한 적극적인 개체수 조절도 시행된 바 없다는 것이 단체의 설명이다. 단체는 “환경부에서 말하는 관리는 그저 ‘먹이를 주지 마시오’ 현수막을 내건 것이 전부였으며 개체수 조절이나, 비둘기 관련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둘기에 단순히 먹이 급여를 금지한다면 비둘기는 결국 먹을 것이 없어서 음식물 쓰레기통을 헤매게 되고 이는 민원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동물단체는 먹이주기 금지 대신 ‘불임 먹이’를 급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단체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20년 전부터 비둘기에게 불임 먹이가 포함된 사료를 급여함으로써, 개체수를 줄이고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의 경우, 불임 모이를 통해 55%나 개체수 감소에 성공했으며 미국의 세인트 폴시에서도 비둘기 불임 사료 제공을 통해 개체수를 50% 가량 줄이는 데에 성공한 바 있다.
단체는 “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라고 낙인찍고 죽이려는 환경부의 편협한 반(反) 동물복지 정책을 규탄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라면서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 야생생물법을 철회하라, 유해야생동물' 지정 제도를 폐기하라,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 대신에, '불임먹이' 정책을 시행하라”라고 외쳤다.
한편 이날 단체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비둘기 탈을 쓰고 퍼포먼스를 펼쳤으며 기자회견 이후 국회에 서한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