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뇌졸중, 심근경색, 비만, 제2형 당뇨병 등 생활습관과 관련된 질환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이 개인의 취향과 건강 상태에 맞춰 ‘맞춤형 식단’을 제시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비건 친화적 식생활 지원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는 AI 기반 영양 추천(AINR) 시스템을 활용해 지중해식 식단을 주간 단위로 설계했다. 이 시스템은 칼로리와 영양소 균형을 맞추는 동시에 음식 다양성과 식이 규칙을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스페인과 터키 식단을 기반으로, 알레르기(우유, 달걀, 견과류, 생선)와 식습관(할랄) 선호를 포함한 4천 개의 가상 사용자 프로필을 적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알레르기나 선호 조건에 따른 필터링에서는 100% 정확도를 보였지만, 실제 주간 식단은 약 90%만 완성됐다. 특히 우유·견과류 알레르기를 가진 스페인 사용자는 적절한 아침 대체식이 데이터베이스에 부족해 식단을 구성하지 못했다.
이는 비건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행 식품 데이터베이스가 여전히 유제품 중심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해 ‘대체식품’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우유와 치즈 대체재를 포함한 데이터베이스 확충이 필요하다”며 비건 식단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AI가 단순히 개인 맞춤 영양 관리에 그치지 않고, 비건 친화적 식단 설계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건 식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종종 ‘메뉴의 단조로움’과 ‘영양 균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데, AI는 음식 다양성 규칙을 반영해 동일 메뉴 반복을 줄이고 영양 균형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식단을 구성할 수 있다.
연구진은 향후 실제 사용자 대상 연구 ‘스위치 투 헬시(SWITCHtoHEALTHY)’를 통해 검증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가족 단위의 식단 추천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대체 단백질과 식물성 재료를 포함하는 등 데이터베이스를 보강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영양 추천은 비건뿐 아니라 알레르기나 특정 식습관을 가진 모든 이들의 건강한 선택을 돕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데이터베이스 보완이 이뤄진다면 비건 친화적 식단 설계에서도 AI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