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아시아 지역에서 비건 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대만이 국가 차원에서 공식 비건 인증 라벨을 도입하기로 했다. 대만 식품의약품청(TFDA)은 오는 2026년 2월부터 기존 채식 라벨링 제도에 ‘전식물성(全植物素 VEGAN)’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해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과 아르헨티나에 이어 정부가 직접 비건 표준을 마련하는 사례로, 대만이 아시아 비건 시장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만은 이미 채식 인구 비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불교 전통과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채식·비건 식단을 선택하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대만 내 비건 제품 수요는 최근 몇 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와 ‘지속가능한 식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개인적 선택을 넘어 산업과 정책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TFDA가 이번에 도입하는 비건 라벨은 수입 제품의 불명확한 표기 문제를 해결하고, 대만산 비건 제품이 국제 표준을 충족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또한 해외 비건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대만을 ‘플랜트 포워드(plant-forward) 국가’로 홍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인증은 의무 사항이 아니라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장치로 기능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시행 일정도 공개됐다. 2025년 8월까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같은 해 9월 공식 초안을 발표하고, 2026년 2월 최종 규정을 확정한다. 전면 시행은 2028년 1월 1일부터다. 이번 제도는 올해 대만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새로운 비건 정의를 채택하면서 속도가 붙었으며, NGO와 업계의 오랜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고기 없는 월요일 대만(Meat Free Monday Taiwan)의 장제시 사무총장은 “과거 정부 차원의 비건 라벨 도입은 번번이 무산됐지만, 불과 몇 달 만에 개념에서 구체적 정책으로 나아갔다”며 “이는 비건 운동의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대만 정부는 이달 초 국가 차원의 첫 ‘플랜트 기반 식단 정책’ 마련에도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처 간 논의 단계에 있는 이 정책은 비건 인증 라벨 도입과 맞물려 대만을 동아시아 비건 허브로 성장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아시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식품 체계 전환을 모색하는 가운데, 대만의 이번 결정은 아시아 비건 시장 확대에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