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사람이 매일 배출하는 오줌이 지구 환경을 살리는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소변 속 질소를 회수해 비료와 에너지로 전환하는 태양광 기반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폐기물 관리와 식량 안보, 에너지 자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워터(Nature Water)에 소개됐다. 연구팀은 소변 속에서 질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인 암모니아를 분리해 ‘황산암모늄’ 형태의 비료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은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전기를 활용해 진행되며, 태양광 패널 뒷면에서 발생하는 열을 추가로 사용해 반응 속도를 높인다. 연구진은 이러한 설계를 통해 기존보다 암모니아 회수 효율을 20% 이상 향상시키고 전력 생산량도 60% 가까이 늘렸다고 밝혔다.
상업용 비료의 핵심 성분인 질소는 현재 대규모 화학 공정을 통해 생산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된다. 또 생산과 유통이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는 비료 가격이 높아 농민들의 부담이 크다.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소변만으로도 연간 비료 수요의 약 14%를 충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주도한 오리사 쿰스 박사과정 연구원은 “한 사람이 배출하는 소변만으로도 작은 정원에 필요한 비료를 공급할 수 있다”며 “전력망이 없는 지역에서도 태양광만 있으면 비료를 생산할 수 있고, 남는 전기를 저장하거나 판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폐수의 80% 이상이 정화되지 않고 버려져 지하수 오염과 조류 번식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위생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소변 속 질소를 제거해 방류수를 더 안전하게 만들고, 농업용 관개수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중앙집중식 하수도 시설이 부족한 지역사회에서 특히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윌리엄 타르페 스탠퍼드대 교수는 “버려지는 자원을 회수해 농업과 에너지에 활용하면서 동시에 수질 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층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더 큰 용량의 반응기를 개발해 처리 속도를 높이는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번 성과는 2022년 스탠퍼드 지속가능성 액셀러레이터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연구팀은 실험실 수준에서 40일 이상 작동 가능한 소규모 반응기를 만들었으며, 이를 태양광 패널과 결합해 새로운 순환경제 모델로 발전시켰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특히 에너지 인프라가 열악하고 비료 가격이 높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쿰스 연구원은 “물, 식량, 에너지를 별개의 영역으로 보지만 이번 시스템은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며 “깨끗하고 확장 가능하며 태양의 힘으로 돌아가는 혁신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